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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2 03:00
[국립중앙박물관 '발원' 특별展]
왕실부터 천민까지 소원 담긴 '발원문'과 불교미술 작품 전시
유물 34건 134점이 국보·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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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13세기 목조 관음보살좌상. 머리와 몸체에서 다라니경 판본, 원통형 물체, 오색실 등 복장물이 발견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발원자의 애절한 바람이 깃들어서일까. 작품 하나하나가 내뿜는 기운이 전시장에 팽팽하게 차 있다. 불상 한 점, 범종 하나에도 중생의 공덕(功德)이 스며 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에서 열리는 '발원, 간절한 바람을 담다' 특별전은 불교미술 작품에 남아있는 '발원문'에 주목해 불교미술 후원자들의 삶과 소원, 신심(信心)을 풀어나간다. 왕실에서부터 천민까지, 간절한 기원에는 경중(輕重)이 없었다. 그 마음이 부처를 향한 발원(發願·공덕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것)으로 이어졌고, 불교미술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가장 눈길 끄는 유물은 고려 1333년 제작된 금동 아미타삼존불상. 전시장 중앙에 불상 3점과 함께 복장물(불상을 조성하면서 배 안에 넣는 유물)이 나란히 전시됐다. 복장 발원문에는 복장에 참여한 26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길덕, 만덕, 금이…. 성씨가 없는 평민들 이름도 기록됐다. 고위 관료부터 평민까지 다양한 계층이 불상 조성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발원문, 사리, 경전, 복식 등 복장물의 품목이 많아지면서 불상 제작에 막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해진 것. 연꽃 문양 선명한 푸른색 직물을 비롯해 붉은색·검은색 옷감 조각 등 고려시대 화려한 직물도 나왔다.
불교미술의 중요한 후원자 집단은 왕실 여성. 조선시대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왕실 여인들이 사찰 건립과 불화 제작 등 불사(佛事)를 주도했다. 파란만장한 권력 다툼에 지친 심신을 신앙에 기대어 이겨내려 했던 왕실 여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제11대 왕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 윤씨(1501~1565)가 발원한 '약사삼존도'가 대표적 유물이다. 1565년, 문정왕후는 '왕손 생산'을 기원하며 화가를 불러 불화(佛畵) 400점을 그리게 한다. 12세로 즉위한 아들 명종을 대신해 섭정하던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손자(순회세자)가 사망하자, 왕자 탄생을 위한 불사를 다각도로 추진했다. 가로 30㎝, 세로 54㎝의 작은 비단 화면에 금가루로 그린 '약사삼존도'에는 그녀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발원문이 남아있다. "자손이 번창하며 왕비 전하가 임신하여 왕손을 생산하기를 기원하면서…."
파계사 원통전 관음보살상 복장물인 '영조대왕 도포와 발원문'(중요민속문화재 220호)은 임금이 입던 도포가 간절한 염원을 간직한 채 복장물로 납입된 사례다. 넓은 소매와 곧은 깃, 세련되고 은은한 녹색 색감이 왕실 복식의 품격을 보여준다. 평소 보기 어려운 불교미술 걸작이 총망라된 전시다. 전시 유물 126건 431점 중 34건 134점이 국보와 보물이다. 8월 2일까지. (02)2077-9000
출처: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1/2015060103604.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