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문사
눈길 닿는 곳마다 보물들

청도 운문사(雲門寺)에는 보물이 많다. 매년 삼월삼짓날이면 막걸리 열두 말을 마신다는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절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세루(萬歲樓)를 비롯하여 대웅보전(보물 제835호)·미륵전·작압전(鵲鴨殿)·금당·강당·관음전·명부전·오백나한전 등 조선시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운문사 금당 앞 석등(보물 제193호)은 아래받침돌과 윗받침돌 면마다 연꽃이 새겨져 있고, 꼭대기도 연꽃봉오리 모양 보주(寶珠)가 올려져 있다. 운문사 동호(보물 제208호)는 검은 색 항아리로 이름이 감로준(甘露樽)이다. 뚜껑에는 화염 문양의 높이 솟은 손잡이가 있다. 고려 스님 원응국사(圓應國師, 1051~1144)의 업적과 행적을 적어넣은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도 있다.

고려시대 석불인 청도 운문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317호)은 작압전(鵲鴨殿)에 석조사천왕상과 같이 모셔져 있다. 육각 대좌와 광배가 모두 온전한데, 광배 가운데 연꽃이 있고, 테두리에는 불꽃무늬가 있다. 석조사천왕상(보물 제318호) 4기는 통일신라시대의 것이다. 본디 이곳에 있었던 전탑 돌기둥에 새겨진 조각으로 수법이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운문사 대웅보전(보물 제835호)은 조선 중기 건물이다. 운문사에는 대웅보전이 둘이다. 원래 대웅보전이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져 비로전을 대웅보전으로 고쳐 써왔는데 1994년 들어 원래 자리에 대웅보전을 새로 지으면서 아직 이름을 고치지 못했다.
그러니까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원래는 비로전이었던 건물이다. 운문사 보광명전에 있는 비로자나삼신불회도(보물 제1613호는)는 커다란 화폭에 비로자나불과 석가모니불, 노사나불 등 삼신불을 중심으로 여러 권속을 함께 담았다.

이밖에도 보물이 더 있지만, 가을 단풍의 아름다운 풍치는 따로 꼽아야 마땅한 보물이다. 기도효험이 있다는 암자들에는 연중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운문사 풍경을 인상깊게 하는 것은 '정갈함'이다. 경내 마당에 남아 있는 막 끝낸 비질 자국과 밀짚모자를 쓰고 울력을 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쉼 없는 움직임은 운문사의 일부처럼 자연스럽다.

들머리길 따라 길게 이어지는 소나무들은 서늘하고 시원하다.
운문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경내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는 보물이며 주변 풍경은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운 것들이다. 운문사는 화랑정신과 <삼국유사>가 탄생한 역사의 산실로도 유명하다. 운문사에 머물던 원광법사(542~640)가 찾아온 화랑들에게 세속오계(世俗五戒) 가르침을 내려준 곳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려 충렬왕 때 일연선사가 주지로 있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 석남사
늦가을이면 단풍의 아름다움 유난한 길

운문사에서 석남사(石南寺) 가는 길에서 만나는 가지산 골짜기는 늦가을이면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가지산은 유별나게 소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보다 잎이 지는 활엽수가 많다. 그래서 사방으로 둘러싼 그 활엽수들이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단풍은 남다르다.
석남사와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석남사 승탑(보물 제369호)은 꼭 찾아보면 좋겠다. 뒤쪽 언덕 넓은 터에 놓여있는데 석남사를 창건했다는 도의국사의 사리탑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팔각원당형이며 아래받침돌에는 사자와 구름무늬, 가운데받침돌에는 안상에 꽃무늬 띠를 새겼다. 또 연꽃 받침 위에 놓은 탑신에는 서 있는 신장(神將)을 돋을새김으로 조각했다.

석남사를 창건한 도의선사는 우리나라에 중국 남종선을 가져와 가지산문의 종조가 된다. 도의선사가 821년 귀국해 활동하던 당시 신라 불교의 주류는 교종인 화엄종이었다. 그래서 도의의 선종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3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국에 선종 산문들이 앞다둬 개창되었다. 8세기 후반부터 신라 왕족의 중앙집권이 약해지고 지역마다 호족이 세력을 얻어나가는 시대 흐름과 맞물린다. 대체로 중앙집권세력은 교종에, 호족 세력은 선종에 기대었다.
석남사 삼층석탑(울산광역시유형문화재 제5호)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기단부에 모서리기둥과 가운데기둥을 새기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석남사에는 삼층석가사리탑도 있는데 헷갈리기 십상이다.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가사리탑이 있고 삼층석탑은 극락전 앞에 있다. 삼층석탑이 원래는 대웅전 앞에 있었으나 1973년 삼층석가사리탑이 들어서면서 지금 자리로 옮겨졌다. 두 탑 모두 도의선사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다만 삼층석탑은 원래 모습 그대로고 삼층석가사리탑은 원래 15층 높이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무너진 것을 스리랑카에서 석가모니 진신사리 1과를 가져와 봉안하고 3층으로 새로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