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주 ‘월성’ 시굴조사 결과 건물지 6동·담장 12기 발견 ㆍ금관총·왕릉급 고분도 재발굴… 신라의 베일 더 벗게 될 듯
신라 1000년의 수도인 경주 곳곳에서는 발굴이 한창이다. 800여년에 걸쳐 왕들이 거주하던 신라의 왕성인 ‘월성’ 내부가 사상 처음 그 속살을 드러내고, 첫 신라 금관을 세상에 선보인 금관총이 재발굴 중이며, 신라 왕족 등 당시 지배층 고분의 발굴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신라의 보물창고가 얼마만큼이나 열릴까.’ 주요 유적 발굴이 잇따르면서 고고학·역사학계가 경주를 주목하고 있다.
18일 오전, 경북 경주시 인왕동 ‘월성’(月城·사적 16호).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이뤄진 시굴조사 흔적이 생생한 현장에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시굴조사의 성과를 공개했다. 시굴조사임에도 불구, 삼국~통일신라시대 전반에 걸친 토기·기와 유물이 쏟아졌고, 초대형 건물지와 인공 연못지 등도 확인됐다. 심영섭 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약 50㎝ 두께의 지표를 걷어내자마자 유구, 유물이 확인되고 있다”며 “조선·고려시대 유물이 아니라 곧바로 신라~통일신라시대 유물이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마 조사 지층이 통일신라시대 월성의 마지막 단계로 보인다”고 밝혔다.
월성 발굴현장 전경.
신라 왕성인 경주의 ‘월성’ 시굴조사에서 발굴된 신라~통일신라 시대 도기·토기류 유물. | 문화재청 제공
발굴단은 시굴조사에서 건물지 6동, 담장 12기 등 모두 23개의 유구를 발견했다. 특히 ‘건물지 3호’는 정면 12칸, 측면 2칸 규모(가로 28m, 세로 7.1m)의 초대형이다. 배수로까지 발견됐다. 어창선 학예사는 “신라 건물지는 보통 3~5칸 크기인 데 비해 이 건물지는 2배 이상 크다”며 “정식 발굴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우선은 회랑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지 5호’에서는 자연석을 쓴 다른 곳과 달리 다듬어진 원형 초석, 장대석 기단도 확인돼 당시 유난히 정성을 쏟은 건물로 추정된다. 인공 연못지도 발견됐다.
유물로는 굽다리접시 등 다양한 토기와 등잔, 벼루, 각종 기와, 치미 등이 수습됐다. 일부 토기에서는 ‘정(井)’ ‘구(口)’자 형태의 음악기호가 새겨졌고, 월성 해자와 안압지·나정 유적 등에서 발견된 ‘儀鳳四年 皆土’(의봉사년(679년)개토), ‘習部’(습부), ‘漢’(한)자가 새겨진 평기와도 나왔다. 습부는 당시 왕경을 구성한 6개 행정구역 중 하나이며, ‘한’ 역시 6부 중 하나인 ‘한기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의봉사년 개토’의 경우, ‘개토’의 의미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어 학예사는 “현재 발굴된 유물은 기존 안압지 등에서 발굴된 유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월성의 공간이 좁아지자 안압지로 이동했는데 본격 발굴이 시작되면 더 이른 시기의 유물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굴단은 20일 문화재위원회에 정밀 발굴조사로의 전환을 요청할 계획이다.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 봄 2월에 성을 쌓고, 7월에 왕이 옮겨가 살았다고 문헌에 전하고 있어 935년 신라 멸망 때까지 835년간 사용된 신라 왕성이다. 1914년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가 성벽 일부를 파헤치고, 이후 주변 발굴조사는 있었지만 월성 내부에 대한 실질적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성 발굴현장에서 약 20분 걸어가면 국립중앙박물관·경주박물관이 금관총을 재발굴하고 있다.
‘금관총 금관’(국보 87호)으로 유명한 금관총은 신라 고분 최초로 금관이 나오는 등 수만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나 일제 때 비전문가들이 유물을 주워 담는 등 부실한 발굴이었다. 재발굴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다양한 학술자료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앙박물관은 금관총 외에도 일제의 부실한 발굴로 학술자료들이 남아 있지 않은 왕릉급 고분을 재발굴할 예정이다. 서봉총, 금령총, 식리총, 황남리 고분 등이다. 중앙박물관 김대환 학예사는 “6월까지 금관총 발굴을 마칠 계획인데 현재 20% 정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릉원(사적 제512호) 인근인 인왕·황오·황남동 쪽샘지구도 발굴이 한창이다. 4~6세기에 걸쳐 조성된 총면적 38만4000㎡의 삼국시대 신라 왕족·귀족들의 묘역이다. 개발로 고분 훼손이 심해지자 2002년부터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일대 민가와 사유지 등을 매입, 2007년 3월부터 발굴을 시작했다. 현재 경주문화재연구소가 ‘44호분’을 조사 중이다.
심 소장은 “월성 발굴은 길게 40년 이상 걸리겠지만 조사가 완료되면 신라를 보다 온전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발굴은 다른 측면으로 보면 문화유산의 파괴이기에 정확하고 세심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