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관사에서 발견된 일장기 위에 덧그려진 태극기. ©뉴시스

일장기에 태극을 그려 넣은 조선 민중의 강단 있는 용기와 기개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17일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오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광복 70년! 미래 천년! 진관사ㆍ강릉 선교장의 독립운동 태극기'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광복 70주년 3ㆍ1절을 맞이해 진관사와 강릉 선교장에서 발견된 태극기를 중심으로 꾸민다.

특히 1919년 독립운동 현장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가 주목된다.

이 태극기는 90년간 벽 속에 숨겨져 있다가 지난 2009년 진관사 칠성각(서울시 문화재자료 제33호) 해체 복원 조사 중 불단과 기둥 사이에서 발견됐다.

태극기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색이 변하고 왼쪽 윗부분이 불에 타 약간 손상됐지만, 형태가 완벽히 보존돼 있다.

크기는 가로 89㎝, 세로 70㎝, 태극의 직경은 32㎝다. 이 태극기의 4괘는 현재의 국기와 비교하면 리ㆍ감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이는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가 제정한 국기 양식과 같다. 태극은 청ㆍ적색이고 현재의 국기를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태극기가 발견된 곳은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현재까지 진관사가 유일하다.

박물관 측은 "진관사에서 나온 항일독립운동 신문과 태극기 등 독립운동 관련 자료는 일제강점기 한국불교계 항일운동의 자취를 보여 주는 생생한 자료"라며 "특히 사찰에서도 인적이 드문 칠성각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점은 당시 불교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항일운동이 얼마나 절박하게 전개됐는지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점이다.

이는 일장기를 거부하고 일본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을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태극기 속에는 3ㆍ1 운동 직후 국내에서 발간된 지하신문과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된 신문이 둘둘 말린 채로 함께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