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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핵은 전통입니다. 그 핵이 크고 단단할수록 ‘문화 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9개월간 공석이던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에 최근 도자사학자 김재열(61·사진) 전 경기도박물관장이 취임했다. 숭례문 부실 공사 사태로 문화재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다가, 비난의 상당 부분을 전통문화대학이 받아내고 있던 터라 꽤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장기간 공백과 사회적인 이슈들을 떠안은 김 신임총장을 지난 10일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김 총장은 앞서 언급한 ‘핵’을 키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잘못 접근했다간 파괴될 수도 있는 게 핵입니다. 교육이 매우 중요하죠. 문화가 약한 나라들을 보면 교육 시스템이 낙후된 경우가 많습니다.”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김 총장은 호암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경기도박물관장을 역임했지만 교육계 경험은 적다. 그러나 김 총장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근무하며 우리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했고, 그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려왔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교육 현장에서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장은 호암미술관에서 고려국보전, 조선국보전과 같은 다양한 시대전을 개최했다. “‘전통을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가 항상 화두였어요. 현대 미술로의 변용. 그게 우리 문화의 미래상이죠.”

김 총장은 이 같은 믿음을 바탕으로 학교를 이끌어나간다는 포부다. 학교의 건학이념인 ‘민족자존’ 및 ‘문화창달’과도 맞닿아 있다. 즉, ‘철학’으로 무장된 기능·기술자 인재를 키워 보다 상향된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한다는 것. 그는 “군인으로 치자면 전통문화계의 ‘장교’를 키워 낼 생각이다. 일종의 ‘전통문화사관학교’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과감한 체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숭례문 단청 부실 사태 등으로 촉발된 것이지만, 그는 “15년간 학교가 걸어온 길의 모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한다. 교수와 학생들 모두 ‘개선해야 살아남는다’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 총장은 학부·학과·대학원 중심제 등 형식적인 학제 개편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1∼2개월 내 마무리짓게 될 체제 개편은 무엇보다 ‘현장 실무형 인재’를 만드는 걸 원칙으로 한다. 다만, 선결과제가 있다. 바로 충남 부여라는 지리적 단점을 극복하는 것. “실습은 주로 수도권에서 합니다. 이때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어요. 박물관은 관람객을, 학교는 학생을 위해야죠. 또 학생들이 시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니 ‘너무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우리 학교의 약점 아닌 약점입니다, 하하.”

글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출처: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21201032518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