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근대역사의 산물이다. 특히 중구 개항장거리로 남아있는 일본인거리는 당시의 건축물과 함께 근대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중구 관동에 ‘인천관동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도다 이쿠코 관장이 꾸민 그곳은 지금 ‘인천 일식주택 재생 프로젝트’이 한창 열리고 있다.
“이 동네가 전부 일본식 주택으로 이뤄져 있어요. 동네 분들이 이곳에 와서 일본주택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할 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도다 이쿠로 관장의 말이다.
‘인천 일식주택 재생 프로젝트’는 인천관동갤러리의 개관전시다. 갤러리 재생공사를 맡은 한양대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와 연구실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인천의 목조주택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중구에 남아있는 일식주택의 숫자와 특징, 현재의 활용, 또 빈집의 수까지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 인천의 근현대사로 시작해 주택의 특징까지 잡아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라면, 남아있는 일본주택을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에 대해 건축모형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천관동갤러리는 일식주택 재생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이 되었다. 1925년 신축, 올해로 90년이 된 일식 목조주택이 갤러리로 변하게 된 것은 도다 이쿠코 관장 부부 덕이다. 30여년 전 일제시대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온 도다 이쿠코 씨와 중국 조선족의 옛 사진을 수집하는 사진가 류은규 씨는 역사가 있는 곳을 그리워했다. 20여년의 아파트 생활을 접고 지금 관동갤러리 건물로 보금자리를 옮긴 이유다.
“근대역사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고, 차이나타운과 공항도 가까운 인천은 정말 매력적이 도시”라고 말하는 관장은 “2013년 2월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 집이 내 집이다’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마치 내 기억 속에 있는 일본 집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나의 어릴 때 기억과 연결이 돼있는 듯 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을 인수했다. 도다 이쿠코 씨는 한양대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와 이 집의 활용방안을 의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일본 주택의 역사는 살리되, 낯선 일식목주재택의 건축적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재 정서에 맞게 활용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인천 일식주택 재생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도다 관장은 “90년된 이 집은 ‘마치야’라고 하는 방식의 일본 전통 주택”이라고 설명한다. 한 지붕에 6개의 집이 벽을 두고 붙어있는 이 주택은 가운데 공동마당을 두고 공동체를 이뤄 살던 당시 일본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벽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와 흙도 90년 전 그대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긴 힘들었다. 이 집에 일본인이 산 것은 20년 정도. 이후엔 한국인이 거주하면서 개축과 개조를 반복한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공동마당은 주거공간이 되었고, 대나무 벽과 콘크리트 벽이 함께 붙어있었다.
관동갤러리의 재생공사는 난공사였다. 최대한 원형을 복구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를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콘크리트 벽과 대나무 벽의 결이 살아있다. 언제 붙였는지 모를 타일도 그대로 붙어있다. 주거공간으로 개축된 공동마당은 손님들을 위한 임시 휴게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재생 공사가 끝난 뒤, 1층과 2층은 전시 공간, 3층 다락방은 서재로 꾸몄다. 그중에서도 다락방은 근대역사에 관한 자료로 가득하다. 한·중·일 서적으로 꾸며진 서재는 근현대사에 관한 책이 보고 싶을 때 조용히 올라와 독서할 수 있는 곳이다.
도다 관장 “다들 침략의 역사라고 하고 부정적인 인식으로 목조주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곳에 취재 온 일본인 신문기자도 그랬다. 한국인으로서 바라본 일본주택에 대한 의견을 학생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우린 건축물로서, 하나의 문화로서 바라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그가 말을 잇는다.
“공사를 하다 보니 이 집 자체가 90년 된 집이더라. 90년 된 나무들을 살리고 지금도 이 오래된 목조주택이 쓸 수 있다, 앞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싶었다. 예쁘게 꾸며서 거리에 사람이 몰리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래되어 낙후된 집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활용가치를 본다면, 이 동네에 활기가 넘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관장은 이곳을 동네와 어우러지는, 동네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전시공간이다. 작은 소모임으로 스터디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 일식주택 재생 프로젝트’전은 이달 말까지 계속되며, 다음 전시는 3월 1일부터 한달간, 항일운동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화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관동갤러리
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 (관동 2가)
☎ 032-766-8660
개관시간 : 금요일 10:00~19:00, 토/일요일 10:00~ 18:00
차지은 I-view기자 minsable@hanmail.net
출처:I-view뉴스
http://enews.incheon.go.kr/publish/php/articleview.php?idx=10342§ion=9&diaryDate=2015-02-10&chapter=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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