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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난 뒤에야 우린 깨닫는다. 고향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 것인지. 잠시 떠난 여행지에서 조차 고추장과 김치를 찾아 본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만약 여행이 아니라 이민이라면, 그 그리움의 무게는 달라진다. 이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유독 활발한 이유다. 전통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도 외국에서는 고국의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지난 겨울, 한 행사장에서 만난 그들도 그랬다. 인도네시아의 전통춤을 선보이던 그들은 모두 결혼과 함께 한국생활을 시작한 이주여성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 앞에서 전통춤은 그들의 유일한 소통수단이다.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방법이고, 타지에서 고향을 그리는 방법이었다.

처음 모임을 만든 것은 로사(37)씨다. 인도네시아에서 전통 무용수로 생활하던 그녀는 4년 전, 한국에 왔다. 적응하기 바빠 문화생활이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낯선 문화와 생활에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녀의 끼는 숨길 수 가 없었다.
2013년 5월, 홀로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그 뒤로 네 번의 독무대에 연달아 올랐다. “혼자 추는 춤은 재미가 없어요. 사람이 많을수록 뭐든 좋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더 많은 무대에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스리깐디 인도네시아’가 탄생했다. 스리깐디는 우아한 여자 이름이다. 이름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이는 이들은 지금껏 다양한 문화행사 무대에 올라 인도네시아의 춤을 전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멜리아, 로사, 리카, 수미에라, 유니

홀로 시작한 공연이 어느덧 숫자가 늘어 지금은 5명이 모였다. 로사 씨를 포함해 리카(36), 수 미에라(38), 아멜리아(35), 유니(34) 씨가 ‘스리깐디’멤버로 활동 중이다. 나라는 같지만 모두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다. 1만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지역마다 전통춤도 각양각색이다. 그들은 서로의 전통춤을 배우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구해 새로운 춤을 연구한다. 전통춤은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무용수로 지낸 수 미에라 씨와 로사 씨가 주축을 이뤄 춤을 알려준다.
수 미에라 씨는 “인도네시아 문화가 알려지는 것이 활동의 큰 이유에요. 문화차이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들을 개선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싶어요. 좋은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리카 씨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그리움이 첫 시작이었어요. 저는 사실 전통에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생활을 하다보니까 전통문화가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었어요”라며 “무대에서 박수를 받을 땐 개인적으로도 좋지만,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해요”라고 전한다.

‘스리깐디’는 지금 새로운 춤을 연습 중이다. 순다족의 짜이뽕과 밸리댄스, 브따위 등 세 가지 전통 춤을 섞은 퓨전 춤이다.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매주 한 번씩 하는 연습은 공연을 앞두고 두 세 번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춤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지만,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유독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도 한 몫 한다.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2015년을 준비하는 그들의 몸짓에 힘이 실린다. 무대 위에서 펼쳐질 인도네시아의 문화가 기대된다.

차지은 I-view기자 minsabl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