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문화재 동네에선
문화재 비리 강압수사 과정
자문 목재학자 자살까지
신라교역선 발굴 등 성과도
올 한해 문화재동네는 정치 논리가 개입된 현안들로 어느때보다 시끄러웠다.
지난해 단청 등 부실시공이 드러나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 숭례문 복원비리 파동의 충격은 컸다. 공사 관계자들과 복원수리 현장에 대한 대규모 수사로 대목장 신응수씨가 납품받은 금강송과 기증목을 빼돌렸으며, 단청장 홍창원씨는 화학안료를 몰래 섞어 단청을 칠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화재 보수의 구린 구석이 드러났지만, 정교한 처방보다 장인들을 잠재적 혐의자로 몰아가는 강압적 수사는 환영받지 못했다. 급기야 숭례문 복원을 자문했던 목재학자 박원규 충북대 교수가 조사중 자살했고, 일부 언론에 부실 복원 관련 정보를 유포한 변영섭 전 청장은 전격 경질돼 문화재계를 우울하게 했다. 사실, 숭례문 부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치라고 채근했던 당시 고위 당국자들이 근본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던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과 문화부장관이던 최광식 고려대 교수가 대표적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1~10세기 신라 천년 궁터였던 경주 월성 발굴도 경주시와 정치권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주요 발굴조사를 갈무리하라고 문화재청에 요구하면서 외압 논란이 터져나왔다. 경주가 지역구인 정수성 의원은 영리 발굴법인(발굴회사)를 대거 투입해 발굴기간을 단축하라고 주장해 고고역사학계에서 반대성명을 내는 등 반발을 샀다. 결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시와 합의해 지난 12일부터 월성 중심구역에서 시굴조사를 시작했지만, 앞으로 발굴성과에 따라 기한 논란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월성은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발굴을 추진하다 10·26사태 뒤 중단됐던 곳으로, 학계에서는 30년 이상 조사해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대마도에서 국내 도난범들이 훔쳐갔다 압수된 고려, 신라 불상의 일본 반환 문제도 문화재청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는 풀지못한 채 한해를 넘기게 됐다.
나라 안 곳곳에서는 발굴성과들이 쏟아졌다. 2년전 경기 영흥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대 선체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 교역선이며 희귀도료 황칠을 실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학계를 흥분시켰다. 지난달에는 충남 태안 마도 앞 해역에서 처음 조선시대 도자기 화물선이 인양됐다.
전남 나주의 6~7세기 정촌고분에서는 용을 끝부분에 장식한 독창적 디자인의 백제 금동신발이 출토돼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강원도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 조성터에서는 1400여기나 되는 사상 최대규모의 청동기시대 유구가 드러나 보존논란으로 이어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한산성이 11번째로 등재됐고, 농악은 17번째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북한 아리랑도 처음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2년전 올라간 남한 아리랑과 나란히 목록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유출됐던 대한제국 국새가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함께 돌아왔고, 연말에는 조선 세조의 아들 덕종의 어보가 미국에서 환수되는 등 문화재 반환 성과들도 주목할 만하다.
노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