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백제의 왕도였기에 무령왕릉과 공산성 등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우금치가 바로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산세가 영험하여 조선의 도읍지가 될 뻔 했던 계룡산 또한 공주의 보물이다. 천년 고찰 갑사와 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동학사도 날씨 좋은 날 산길을 따라 가볼만 하다.
겨울에 아이들과 여행을 갈 때는 점심시간을 전후로 따뜻할 때 사찰이나 공원에 가고, 이후에는 실내 체험 시설을 찾게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어디에 갈까 계획해 둔다면 여정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공주에는 다행스럽게도 찾아갈만한 실내 시설이 꽤 많다.
우선 두 곳을 꼽자면,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과 국립 공주 박물관이다.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은 입장료가 성인 9천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도 충분할 만큼 전시 내용이 알차다. 공룡뼈와 고대 생물의 화석, 그리고 학봉장군 미라를 전시하고 있다.
뉴스에서나 접했던 조선시대 미라를 실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박물관 설립자인 고 이기석 박사는 '노벨상은 자연사박물관 수에 비례한다'는 신념을 갖고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립 공주 박물관은 가기 전에 미리 들러볼 곳이 있다.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 고분군이다. 온화하면서 화려한 느낌의 백제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실내에 고분의 모형과 부장품을 전시한 체험관이 있어서 아이들이 문화재에 한결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
벽돌 굽기부터, 터 잡기와 벽돌 쌓기까지, 무령왕릉을 축조한 과정을 당시 사람들의 모형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백제와 관련된 퀴즈를 풀거나 부장품을 발굴하는 게임이 있어서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체험관에서 모형으로 된 유물을 만났다면 공주 박물관에서는 실재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무령왕과 왕비의 신발부터 장식품과 칼 그리고 다양한 토기까지, 화려한 백제 문화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송산리 고분군과 공주 박물관은 산책로를 따라 이어져 있어서, 실내 체험을 갑갑해 하는 아이들이 야외에서 몸을 풀어가며 신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박물관을 관람할 때는 모든 전시실을 샅샅이 살피기보다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두 세 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곳을 언제 또 찾아올까 싶지만,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갔던 곳을 청소년이 돼 친구들과 여행 삼아 찾을 수도 있고, 또 지금의 나처럼 가정을 이뤄 다시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올 때 마다, 관심사는 달라질 것이고 배움과 느낌 또한 다를 것이다. 아이들이 공주 박물관에서 백제에 대해 무엇이든 배우고 익혀가야 한다는 강박을 부모들이 버린다면 한결 즐거운 박물관 탐방이 될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는다면 입구에 위치한 영상관은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다. 어떤 전시실을 집중 탐방 할 것인지 정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역시나 1층에 위치한 무령왕릉실을 선택해 살펴봤다. 송산리 고분군을 미리 다녀와서인지 전시 돼 있는 유물들이 한결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90여일의 겨울방학 동안 우리는 또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나뭇가지는 앙상하고 바람이 매서워 겨울여행 중에 가족들은 더욱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쉬고 있는 자연 앞에 서로의 온기를 호호 불며 즐기는 것이 겨울여행의 묘미 아닌가.
출처:e 수원뉴스
http://news.suwon.ne.kr/main/section/view?idx=967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