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산 왕소나무에 마지막 제사 지내는 주민들

[CBC뉴스=김석진 기자] 괴산 왕소나무가 주민들과 이별식을 가졌다.

괴산 왕소나무는 600년 세월 동안 ‘늠름’한 자태를 뽐내 왔지만 2012년 8월28일 태풍 볼라벤의 강풍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고 문화재 당국의 소생 노력에도 지난해 11월 고사(枯死) 판정을 받은 뒤 지난 5일 천연기념물(290호) 지정에서 해제됐다. 

이에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2리 마을 주민들은 서운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괴산 왕소나무에 12일 마지막 고사(告祀)를 지냈다. 

신현길 이장은 이날 조촐한 제사를 지내며 “괴산 왕소나무가 천연기념물에서 지정 해제돼 섭섭한 마음 가눌 길 없다”면서 “비록 고사하고 천연기념물에서도 해제됐지만 주민의 마음에는 그대로 살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마을에서는 1980년대까지 괴산 왕소나무에서 성황제를 지내는 등 정신적 지주처럼 마을 수호신으로 보호했다. 이 괴산 왕소나무는 수령 6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 12.5ｍ, 둘레 4.7ｍ의 웅장한 모습이 용의 승천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용송(龍松)’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마을에서는 왕소나무 고사를 지낸 뒤 청천면 전체 44개 마을과 인근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주민 572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을 첨부해 왕소나무 주변 소나무 13그루를 지방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건의서를 충북도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