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황사 괘불 현상모사전(위)과 국립극단의 연극 ‘연극만발’(아래)

불교문화계는 주목할 만한 작품 드물어 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밑도는 선에서 한 해를 보냈다. 훼손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해낸 ‘미황사 괘불 현상모사전’과 《삼국유사》를 테마로 다섯 편의 연극을 잇따라 올린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연극만발’, 웹툰을 통해 젊은이와 불교의 만남을 시도한 ‘만만한 뉴스’ 창간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돋보인 전시는 해남 미황사 괘불을 실물 크기 그대로 모사한 ‘미황사 괘불 현상모사전’이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연구원 9명이 3년간 작업한 이 괘불은 안료 분석과 적외선 촬영, 디지털 현미경 촬영 같은 과학적 조사를 토대로 원본의 재료, 형태, 도상 뿐 아니라 오염되거나 떨어져 나간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 보전의 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현대무용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표현한 파사무용단의 현대무용극 ‘붓다, 일곱 걸음의 꽃’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월 31일 무대에 오른 ‘붓다, 일곱 걸음의 꽃’은 한국공연예술센터 공동기획에 선정된 작품으로 2012년 초연됐다. 이 작품은 종교지도자로서의 부처님보다, 인간으로서의 부처님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파사무용단은 불교문화를 현대무용을 통해 알리는 현대무용전문단체다.

티베트 안무가 완마 지안추오(Wanma Jian cuo)가 8월 2일부터 이틀간 무대에 올린 ‘샴발라’는 티베트 불교의 핵심과 티베트 문화의 정수를 현대무용을 통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 시카고,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국제무대에서 “티베트 문화와 현대무용의 조화가 환상적”이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인천 영종불교회관 주지 자명 스님이 기획한 ‘뮤지컬 니르바나’는 대표적 불교의식인 천도재를 음악극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충담 스님이 지은 향가 ‘찬기파랑가’를 소재로 만든 가무극 ‘찬기파랑가’는 신라시대의 풍속과 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화랑 기파와 신비로운 여인 보국의 운명적인 사랑 얘기가 줄거리다. 정동극장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국립극단이 《삼국유사》를 테마로 창작연극 ‘연극만발’을 잇따라 선보인 것이 돋보인다. 우리 고전을 통해 새로운 창작극을 만들어보자는 시도다. 9월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을 시작으로 ‘남산에서 길을 잃다’, ‘무극의 삶’, ‘유사유감’, ‘너는 똥을 누고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 등 다섯 편의 연극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10월에는 조각가 출신 승려가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상을 조성하면서 겪는 구도와 깨달음의 세계를 통해 인간과 예술의 본질을 다룬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다’가 관객을 다시 만났다. 1990년 초연된 이래 정통리얼리즘 공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연극, 연극인들의 연극으로 곱히는 작품이다.

올해 개봉된 불교영화는 함세덕 원작의 희곡 ‘동승’을 영화한 ‘내 마음의 고향’이 유일하다. 1949년 윤용중 감독, 2002년 주경중 감독에 이어 박영철 감독이 세 번째로 영화화했다. 대구와 안동에서만 개봉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주댐 건설로 파괴돼 가고 있는 영주 내성천의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를 다룬 ‘내성천, 물 위에 쓰는 편지’는 환경운동가 지율 스님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로 주목을 받았다. 또 티베트 린포체로 ‘컵’, ‘나그네와 마술사’ 등을 연출한 키엔체 노르부 감독의 새 영화 ‘바라 - 축복’도 올해 개봉됐다. 카스트제도에 얽매여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암담하면서도 끈질긴 삶을 아름다운 춤과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 속에서 불교가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타짜와 800만 관객을 넘긴 해적에서 스님들은 도박하거나 주지육림을 마다 않는 범계승으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 ‘군도’에서는 스님이 도적 무리의 정신적 지주로 묘사됐다. 11월에는 여자에 탐닉하는 파계승을 다룬 영화 ‘지옥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다만 역대 관객 수 최고 기록을 경신한 《명랑》에서 승병이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을 물리치는 모습이 그려져 그나마 위안이다. 이처럼 스님들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범계 행위로 지탄받고 있는 블교 현실을 반영한 것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불교음악 분야는 창작곡 발표나 두드러진 공연이 없는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가 찬불음악의 대중화와 활성화를 위해 ‘불교음악 발전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눈에 띈다.

이밖에 웹툰을 매개로 젊은이와 불교의 만남을 시도하는 ‘만만(卍卍)한 뉴스’ 창간도 눈여겨 볼만하다. ‘어라’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찬 스님과 명상카툰작가 배종훈 씨, 김동범 한국영상대학 겸임교수, 양경수 씨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불교카툰신문이다. ‘만만’은 ‘부처님 가르침이 가득하다’, ‘부담스럽거나 무서울 것이 없어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는 두 가지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누구나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들이 ‘만만한 뉴스’를 창간하게 된 계기다. 만만한 뉴스는 홈페이지(www.manmann.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