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한국의 왕실 이미지 350년 만에 회복되다

네덜란드 국왕 부부 방한 계기, ‘하멜의 조선 효종 알현’ 재연

웰빙코리아뉴스

이선진 기자

17세기 네덜란드 사람으로 조선에 표류해 거주하다 본국으로 가서 조선에서의 생활상을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인 하멜이 당시 조선 효종을 알현하던 장면이 재연됐다.

4일 오전 10시 경복궁 경회루에서 재연된 이번 행사는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막시마 왕비의 방한 계기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의 후원 아래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스텝(ST-EP) 재단(이사장 도영심)과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직무대행 이원준),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대사 폴 멘크펠트)의공동 주관으로 치러졌다.

‘조선 효종의 경회루 거둥’, ‘하멜 일행이 효종을 알현하는 장면’ 재연,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조선시대 당시의 화려하고 웅장한 왕실문화와, 궁중음악이 연주되는 아름다운 경회루의 모습을 유럽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특히 하멜과 그 일행 역할을 한국에 거주하는 40여 명의 주한 네덜란드인들이 맡았는데,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이 진행한 출연진 선발 모집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한국과 네덜란드의 우호 증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은 국왕 내외가 관람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네덜란드가 그 어떤 서양 국가들보다도 더 깊고 오랜 인연을 한국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1653년(효종 4년)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은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한 후에 14년간 조선의 여러 지방의 풍속을 견문한 ‘하멜 표류기’를 저술했다. 이 책은 1668년 암스테르담에서 발간됐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던 유럽에 우리의 지리·풍속·정치·군사·교육 등을 알리는 최초의 저서로 높은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삽화로 표현된 조선 왕실의 모습이 실제와 너무 동떨어져 이미지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개최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스텝재단 도영심 이사장은 “‘하멜 표류기’는 한국을 외국에 알린 최초의 문건으로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에서 간행돼 한국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나, 철저한 유럽 중심적 묘사와 번역 과정의 많은 오기와 누락 등으로 조선의 모습이 일부 과장·왜곡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하멜 일행의 조선 효종 알현 장면을 담은 삽화에 묘사된 우리 왕실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 잡고, 네덜란드 국왕과 왕비가 조선의 왕실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이 행사를 기획·연출한 한국문화재재단 관계자는 “경회루를 배경으로 조선시대의 화려한 의복과 의장물, 궁중악 등을 80여 명의 출연진이 재연해 오늘에 되살림으로써 유럽에 조선시대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왕실문화를 소개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내외,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영심 스텝재단 이사장, 폴 멘크펠트 네덜란드 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재연행사에서 효종 역할은 ‘티브이(TV) 방자전’, ‘매리는 외박 중’ 등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 이선호가 맡아 행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선진 기자/웰빙코리아뉴스(www.wbkn.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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