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이성계가 개국과정에서 죽음을 당한 왕씨 왕족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수륙재를 개설했다고 하고, 이후 명종 때까지 왕실을 중심으로 크게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걸쳐 시행된 억불(抑佛) 정책으로 조선 중·후기에는 주로 물가와 바닷가에서 민속신앙과 결합해 용왕재(龍王齋)·수륙제(水陸祭)·천도재(薦度齋)란 이름으로 행해져왔다.

한국불교에서 행하는 사십구일재(四十九日齋, 사람이 죽은 지 사십구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를 비롯한 일반적인 불공들이 부처님과 성현에게 공양 올린 다음 영가에게 공양을 베푸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 수륙재는 공양을 베풀기 위해 청하는 영가가 전생의 악업을 참회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해 오계(五戒, ① 살생하지 말라 ② 도둑질 하지 말라 ③ 음행을 하지 말라 ④ 거짓말을 하지 말라 ⑤ 술을 마시지 말라)를 지키도록 인도한다. 더불어 영혼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고통에서 벗어나 부처님이 사는 세상에 이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전승하고 있는 수륙재의 원본은 크게 4종으로 『중례문(中禮文)』,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와 『결수문(結手文)』으로 알려진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水陸無遮平等齋儀撮要)』, 『지반문(志盤文)』으로 알려진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法界聖凡水陸勝會修齋儀軌)』, 『자기문(仔夔文)으로 알려진 『자기산보집(仔夔刪補集)』 등이다.

과거의 수륙재는 여러 날에 걸쳐 의식을 행한 것으로 보여 지는데, 18세기에 간행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엔 하루 밤낮, 삼일, 칠일에 걸쳐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전하고 있어 국가적으로 거행한 대규모 행사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민속 신앙을 담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의식

수륙재는 한국 고유의 민속 신앙을 포용하며 전승했다. 가령 『의식집(儀式集)』에 『풍백우사청좌의문』(風白雨師請坐儀文)·『성황진재청좌의문』(城隍眞宰請坐儀文)·『당산산주천왕대재청좌의문』(當山山主天王大宰請坐儀文)·『당산용왕급제용군청좌의문』(當山龍王及諸龍君請坐儀文)·『제산단청좌의문』(諸山壇請坐儀文) 등 민족 고유의 신앙적 요소를 담은 의식문을 전하고, 이를 『풍백우사단』(風伯雨師壇)·『가람단』(伽藍壇)·『당산천왕단』(當山天王壇)·『당산용왕단』(當山龍王壇)·『성황단』(城隍壇) 등의 명칭으로 수륙재의 절차 속에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중례문』·『결수문』·『지반문』·『자기문』 등의 독립된 수륙재 의식문과 더불어 민속 신앙적 요소가 깃든 다양한 의식을 함께 봉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륙재를 전승하는 개인과 단체는 크게 동해 삼화사 국행수륙재(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 서울 진관사 국행수륙재(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 마산 백운사 아랫녘 수륙재(수륙무차평등재, 중요무형문화재 제127호) 등이 있다.

글 혜일명조(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 의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