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과 목포 사이에 위치한 압해도. 세계 4대 갯벌로 유명한 이곳 앞바다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소속 18톤급 ‘씨뮤즈호’가 정박해 있다. 수중문화재 신고지역에 대한 탐사 작업을 위해 전남 해남을 거쳐 이곳 압해도로 이동한 씨뮤즈호 안에는 양순석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연구사와 선장, 민간잠수사 등 총 6명의 탐사 팀이 승선해 있다.

“매년 4월 상반기 탐사를 시작으로 5~10월에는 유물이 발견된 지역에서의 발굴 작업이, 11월에는 하반기 탐사가 진행됩니다. 일 년 중 9~10개월은 바다에서 생활하는 셈이죠.”

지난 2002년 고려청자 2,939점을 인양했던 군산 비안도 수중발굴 작업을 시작으로 양순석 학예연구사는 군산 십이동파도(2004), 태안 대섬(2007)·마도(2009) 등 굵직한 수중발굴 작업에 참여하며 올해로 12년째 활동 중이다. 1976년 전남 신안에서 발굴된 ‘신안선’을 시작으로 한 우리나라 수중발굴 역사에 비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수중문화재는 말 그대로 육지가 아닌, 바다 속에 묻혀 있는 문화재를 뜻한다. 따라서 발굴 또한 바다 속에서 이뤄진다. 유물 조사·연구에 필요한 기본 소양 외에도 잠수 능력과 기초 체력은 수중고고학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다.

“바다라는 환경 자체가 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작은 실수로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서 여러 가지 작업환경과 처우가 좋아지긴 했지만, 수중 고고학자를 지원한 10명 중 9명은 포기할 만큼 만만치 않은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고지역의 60%에 해당하는 서해안은 역사적으로 국내 조운선의 이동 경로였으며, 중국과의 사신 왕래나 무역을 위한 바닷길이었다. 하지만 빠른 조류, 잦은 안개와 높은 파도 등으로 인해 많은 배들이 이곳에서 난파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문헌상에도 기록돼 있다. 수중문화재의 ‘보물창고’이지만, 동시에 수중발굴에 있어서는 최악의 요소를 갖춘 셈이다.

실제 발굴 팀은 2인 1조로 팀을 이뤄 바닷물의 흐름이 가장 약한 정조에 맞춰 하루 두 번 물속에 들어간다. 대부분 오랜 시간 갯벌에 묻혀 있어 보존이 잘 이뤄지긴 하지만, 시야를 가로막아 사진촬영과 표층조사 등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손으로 더듬어가며 발굴작업을 하다 보니 패쇄공포증 증상을 호소하는 연구사들도 있다고.

“그럼에도 수중문화재 발굴의 가치는 굉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시대의 해양교역과 생활사 등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선박의 변천사를 통해 옛 선조들의 해상활동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번에 적게는 수 백 점에서 많게는 수 만 점의 유물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 목간(木簡)을 통해 절대 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죠. 실제 목간을 통해 우리나라 도자기 연대가 바뀌었으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976년 전남 신안에서 발굴된 중국 상선에서 고려청자를 비롯한 2만 여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온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전북 군산 십이동파도에서 8,000점 가량의 유물을 실은 고려시대 조운선 등 우리나라 수중문화재 발굴 사례는 세계가 부러워할 할 정도라고.

10%의 가능성일지라도 도전하는 사람들

2차례의 잠수, 목표지점을 중심으로 한 오늘의 탐사작업에서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양순석 학예연구사를 비롯한 탐사 팀의 얼굴엔 동요함이 없다. 제보에 의존하다 보니 탐사작업을 통해 유물이 발굴될 가능성은 10% 미만, 10건 중 1건이 채 안된다고. 산소밸브가 잠긴 채 납 30㎏을 매고 물속에 들어갔던 일이나 안개가 껴 인근 배와 부딪힐 뻔 했던 일, 조류에 휩쓸려 동료가 떠내려갔던 일 등 죽음의 문턱까지 오갔던 경험들이야 셀 수 없지만, 10%의 가능성일지라도 바다 속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양순석 학예연구사는 오늘도 바다로 향한다.

“문화재 발굴의 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소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2개년 계획으로 ‘탐사기법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수중문화재 발굴에 있어서 최적화 된 방법과 기술, 장비개발 등을 목표로 한 연구여서 기대가 큽니다. 현재까지는 고려시대 유물들과 최근 삼국시대 유물들이 발굴됐지만, 앞으로는 조선시대 선박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시대의 유물들을 바다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글 정연희 사진 이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