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500여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으나 하천을 사이에 두고 자리잡은 국립무형유산원은 ‘강 건너 불 구경’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유인해 무형문화유산을 공유할 컨텐츠 개발은 고사하고 한옥마을 일대에 주차대란이 일어나고 있어도 대형 주차장도 개방하지 않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주말에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자 국립무형유산원에 ‘공생협약’을 수차례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2일 밝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국립무형유산원의 다양한 시설물을 이용해 한옥마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형문화유산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대박날 것으로 판단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당장 주차장이라도 개방해 주면 한옥마을 주차대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텐데 이마저도 일부만 허용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준공된 국립무형유산원 전경.
한옥마을은 주말 평균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전용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기린로 등 인근 간선도로는 삼중주차까지 만연되는 등 주차 홍역에 시달린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이목대 등 유서깊은 볼거리가 있지만 전통문화 컨텐츠는 태부족이다. 국립무형유산원과의 연계 문화체험이 절박해 지는 이유다.
국립무형유산원의 외형적 면모를 보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이 시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형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730억원이 투입돼 공연동과 전시동, 전승교육동 등을 두루 갖추고 지난해 10월 준공됐다.
하지만 건물이 준공되고도 예산과 인력을 핑게로 개관이 되지 못하다 오는 10월1일 때늦은 개관식이 예정돼 있다. 무형유산원장은 1일 임명됐다. 무형유산원측은 개관이 되지 못해 활용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체험프로그램 등은 이미 운영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박준수씨(38)는 “한옥마을을 구경하는데 한나절이면 족한데 나머지 시간을 유용하게 쓰지 못해 길거리를 돌아다녔다”면서 “인근을 돌아보다 엄청난 건물이 보여 알아보니 국립무형유산원이라고 하는데 왜 그곳에는 프로그램이 없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국립무형유산원 관계자는 “한옥마을을 찾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형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하주차장을 개방하지 않은 것은 기계와 설비가 같이 있어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출처: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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