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때 들어온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는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진 먹거리가 아니다. 아이스캔디란 이름으로 미국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1905년 11살의 프랭크 에퍼슨(Frank Epperson)은 파우더 소다를 탄 물에 나무 막대기를 넣어 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추운 날씨 때문에 막대 달린 얼음과자가 만들어졌다. 그는 빙과를 ‘언 과자’란 뜻인 엡시클(Epsicle)로 불렀고 후에 팝시클(Popsicle)로 이름을 바꾼다.

팝시클은 미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으며 세계로 퍼져나간다. 팝시클은 일제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가장 먼저 선을 보인 뒤 일본과 한반도에서도 크게 유행한다.

아이스케키는 193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스케키는 맛은 좋지만 위생에는 문제가 많은 식품이었다. ‘더운 여름 방금 어린아이들의 큰 환영을 사고 있는 소위 아이스케익(어름에 사탕을 섞어 만든 것)이 모든 미균의 결정체인 것이 판명되었다(1934년 7월 3일, 동아일보)’라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이윤이 좋은 탓에 ‘특히 근 이삼년 내로 총아가 된 아이스케익은 작년에 비하야 부내(경성)에만 2배나 증가되고 행상 수에 있어서도 도약 2배를 바라보고 있다 한다(1938년 5월 13일, 동아일보)’라고 쓸 정도였다. 가게를 넘어 행상인들이 급증하자 일제 당국은 ‘행상증’까지 발행하게 된다. 그러나 1939년을 기점으로 전쟁과 설탕 부족, 전염병 확산을 위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아이스케키 열풍은 누그러진다.

소년 행상의 애환을 담다

아이스케키 열풍이 다시 분 것은 6.25전쟁 이후였다. 6.25전쟁 이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중소 도시에는 암모니아로 냉동시키는 아이스케키 파는 곳이 부쩍 늘었고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목쉰 소리로 외치며 골목을 누비는 소년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스케키라고 해봐야 대부분 사카린이나 노란 설탕을 탄 물에 팥을 넣어 냉동시킨 것으로, 위생처리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6.25전쟁 이후 행상의 주체였던 소년 중에는 전쟁 고아 같은 소년들이 많았으나, 적은 돈으로 아이스케키를 사서 팔 수 있던 구조 탓에 일반 청소년들도 아이스케키 행상을 했다.

1953년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에서 국내산 설탕이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설탕장사가 잘 되자 여러 기업이 뛰어들면서 국내수요의 2.5배에 달하는 설탕이 과잉 공급된다. 설탕이 풍부해지자 설탕을 이용한 빙과 제과 사업도 덩달아 급성장하게 된다.

1960년대는 아이스케키 전성기였다. 1960년 당시 인구 250만 명 정도의 서울에는 얼음 과자집이 293개소(1961년 9월 11일자, 동아일보)나 있었다. 1963년에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의 전신)에서는 얼음과자 행상을 통제하기 위해 행상기장(行商記章)을 달도록 할 정도였다. 1960년대 말에는 아이스케키에 사용되는 나무 막대 때문에 산림청은 ‘얼음과자꽂이’에 목재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안을 내놓기에 이른다.

고급 아이스크림에 밀려 사라진 아이스케키

아이스케키 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1962년 반자동식 기계로 처음 생산된 ‘하드’가 등장하면서 아이스케키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단단하다는 뜻의 하드란 이름은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비교하면서 생긴 말이다. 하드는 1967년까지 아이스케키 시장을 주도한다.

아이스케키와 하드 중심의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아이스크림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60년대 후반이 되면 ‘1개에 50원씩 받는 제과점의 고급 아이스크림은 점잖은 숙녀와 신사들에게 인기이고, 한입도 못될 조그만 것 1개에 5원씩인 노점 아이스크림은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단골(1967년 7월 14일, 매일경제)’로 양분화 된다.

1970년대 초반을 넘어가면서 아이스케키는 급속하게 사라진다. ‘여름철만 되면 골목길을 누비며 길게 뽑아대던 아이스케키가 질 높고 값싸며 종류가 많은 아이스크림에 밀려나(1972년 5월 30일, 동아일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아이스케키를 파는 행상들은 사라졌지만 아이스케키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름이면 하드라 불리는 아이스케키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 아이스케키 상자를 멘 소년들에게서 사 먹던 아이스케키의 맛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먹거리는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추억으로도 먹기 때문일 것이다.

글 박정배(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