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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날에는 섬은 오도가도 할 수 없는 고립된 공간이 돼버린다.
섬사람이나 뭍 손님들 모두 날씨 탓으로 배가 뜨지 않으면 발이 묶여 꼼짝달싹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섬은 가까워도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사라지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섬이 있다. 강화의 ‘교동도’이다.
지난 7월 1일 연륙교인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날씨와 배편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싹 사라진 교동도는 이제 동네 섬이 되었다.
육로로 이어져있어서 언제든지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온 것이다.

추억의 거리 ‘대룡시장’
교동도는 1960년대의 옛 시장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대룡시장’이 유명하다. 교동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 대룡시장은 촌스럽지만 정겨움이 흐르는 골목시장이다.
TV방송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 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황해도 연백의 피난민들이 바다건너3Km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시장을 형성하면서 지금까지 정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룡시장이다.
2평~5평 남짓의 작은 상점들이 다닥다닥 길게 늘어서 있는 작은 시장에는 미장원, 다방, 이발소, 정육점, 구멍가게, 신발가게, 옷가게, 시계 수리점, 만물상 등 시장의 자존심을 걸고 있을 건 다 있다.
박형식씨(68, 남동구 만수동)는 “오늘 친구들과 교동을 구경하러 왔어요. 대룡시장은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요. 연륙교가 생겨서 오고가기 편하고 가까운 이웃 같아요.”라며 지인들과 상점 안을 살펴본다.

시장에 들어서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촌스러운 간판과 정겨움이 가득 흐르는 상점 주인들의 모습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의 정이 느껴진다.
“다리가 생겨서 금방 왔어요. 그동안 사람들로부터 얘기만 듣다가 오늘 와보니까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이런 시장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다방에도 들어가 봐야겠어요.” 조광동 씨(68, 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어린 때 추억 속을 걷는 기분이라며 다방으로 향한다.

시장 안은 가족단위로 구경 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인 최안례씨(56세)는 “대룡시장은 실향민들에게는 제2의 고향입니다. 50~70년대는 번화했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빈 가게가 늘었어요. 교동대교도 생겼으니까 앞으로 교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서 시장이 잘 보존되고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교동도를 지킨 ‘교동읍성’
교동읍성은 인천시 지정기념물 23호로 지방행정관아가 소재한 고을의 방어를 목적으로 축성한 성곽이다.
군이나 현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 및 행정적인 기능을 했던 교동읍성은 한 도읍 전체를 둘러싸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았다. 또한 성곽 군데군데 문을 내어 바깥과 통하도록 했다. 지금은 모두 무너지고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 부분만 남아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가 있는 곳
인천시지정 유형문화재 28호인 ‘교동향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향교이다.
이곳은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며 지방백성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국가에서 세운 지방교육기관이었다.
과거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교동도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활용됐다. 당시 중국배가 처음 정박한 곳에 교동향교를 세웠고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의 초상을 봉안한 곳이다.
지현숙씨(47, 강화군 하점면)는 “연륙교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배로 다닐 때는 날씨의 영향을 받아서 불편했는데 자동차로 다니니까 가까운 이웃이 된 것 같아요. 교동에 볼거리도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왔어요.”라며 향교 안을 둘러본다.

민통선 북방지역에 위치한 교동도는 다리 입구에서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출입증을 발급 받으면 대교를 타고 교동도에 들어 갈 수 있다.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시간이 멈춰진 섬, 교동도에서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과거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박영희 I-View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