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14 03:01 | 수정 : 2014.08.14 10:26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동행]
오녀산성 거쳐 발해고도까지… 7일간 옛 고구려·발해 영토 누벼
"과거 북방의 모습 제대로 알아야 미래의 외교전략 세울 수 있어"
잊고 살던 가계의 웅장한 족보를 다시 편다. 고요하던 심중에 북방의 바람이 몰아친다. 지난달 30일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14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이 고구려와 발해의 옛 영토를 향해 발을 뗐다. 대학생 99명과 함께 일주일간 누빈 중국 4000여㎞ 곳곳마다 눈부신 상고사(上古史)의 페이지가 열렸다.
◇반도에서 대륙으로
중국 랴오닝성 환런(桓仁)으로 간다. 비류수(沸流水·지금의 혼강)가 부려놓은 들판이 멈추는 곳에 해발 820m 오녀산이 있다. 고구려의 첫 수도다. 기원전 37년, 주몽이 쌓은 성의 정상에 오른다. 오녀산성 서문 터에 끝끝내 무너지지 않은 성의 잇몸이 완강하다. 옛 국내성인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지안(集安)으로 걸음을 옮긴다. 압록강 지류에서 본류로 거슬러 오르는 여정 끝에, 고구려의 무덤이 연달아 출몰한다. 지안에만 1만여 기의 무덤이 있다고 하는데, 2012년엔 마셴향 마셴촌에서 일명 '제2의 광개토대왕비'도 발견됐다. 과거가 자꾸만 출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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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학생 동북아 대장정’ 대원들이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있는 고구려 광개토대왕릉(추정)을 올랐다. 무너져 내린 거대한 돌의 표면마다 고대문자처럼 핀 오래된 이끼가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환 사진작가
영토 밖의 과거는 비애를 수반한다. 1일, 광개토왕릉비를 보러 간다. 4면에 음각된 1775자의 과거를 되짚는 찰나,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과 공안이 강연과 촬영을 가로막는다. 비석 뒤편 광개토왕릉으로 추정되는 무덤에 오른다. 11층 정도의 계단식 벽돌묘는, 지금은 모두 무너져 돌무더기처럼 보인다. 장군로를 따라 근처 장군총으로 간다. 안내판 첫 줄이 이렇다. '고구려는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 정권입니다.' 장군총 서쪽 면 맨 밑 돌 사이가 스며든 빗물에 자꾸만 허물어지고 있다.
◇잊힌 왕국, 발해를 꿈꾸며
백두산을 거쳐 지린성 둔화시, 발해고도(渤海古都)로 간다. 발해는 '잊힌 왕국'이다. 고구려를 계승해 228년을 존속했으나 남아 있는 사료가 적다. 3일 헤이룽장성(黑龍江省)으로 차를 몬다. 발해의 옛 왕궁 터가 있는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로 가는 길이다. 궁터 앞 진열관에 발해 왕 15명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왕은 모두 대씨(大氏)였지만, 발해 지배층의 이름 중엔 말갈의 성씨도 있었다. 그게 북방이 균형을 이뤄낸 방식이었다. 근처 흥륭사엔 발해 유일의 석등이 있다. 신라의 절 전남 화엄사 각황전에도 같은 모양의 석등이 있다. 신라와 발해는 남북을 아울러 어울린 적이 있다. 남북국시대다.
◇고토(古土) 너머의 역사
3일 오후, 야간열차를 탄다. 9시간쯤 뒤 치치하얼에 닿는다.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의 거란족 후예 다구르 족이 사는 초원 지대다. 5일 건너간 하얼빈 아청(阿城)은 요나라를 멸한 금나라의 첫 수도다. 상경회령부(上京會寧府)라 불리는데, 상경·중경·동경·남경·서경의 5경을 둬 넓은 영토를 다스린 발해의 5경제를 금나라가 이어받은 것이다. 발해의 5경제는 고구려의 3경제를 계승했다. 금나라 시조 아골타의 무덤 앞 토성에 올라 한국외대 여호규 교수가 "과거의 북방이 어떻게 상호 교류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미래 외교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출처: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4/2014081400188.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