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경북 안동의 작은 절 보광사를 찾은 손영문 문화재전문위원은 목조보살상을 살펴보다가 문득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공개됐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 보물 제1571호), 이곳에서 고려시대의 인쇄 유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목판 인쇄물 보협인다라니경(寶?印陀羅尼經, 1007년 간행)을 비롯해 대각국사 의천이 편찬한 정원신역화엄경소(貞元新譯花嚴經?), 30행 22자가 인쇄된 화엄일승교의분제장(華嚴一乘敎義分齊章) 등이 그것이다. 특히 목조관음보살좌상은 국내 최고(最古), 또는 두 번째로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12~13세기 고려시대 불상은 지금 남아있는 것이 10구도 안 됩니다.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은 품격 높은 우리 불교문화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걸작이죠.”

손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불교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불교 문화재에서 보이는 오랜 숙련의 과정에서 탄생한 자연스러움이란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자연스러움은 가끔은 추상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단순히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불교 문화재들을 보면, 인간과 자연, 그리고 불교의 무한 정신세계를 담고자 했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부드러운 자태의 마애불 닮고픈 진취적인 연구자

본래 불교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을 거쳐 문화재청으로 옮겼다. 학창 시절에 경주 남산의 신라시대 불상들을 보고 큰 감동을 받고 ‘일생동안 불교미술을 배우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후 오로지 불교미술만을 바라보고 우리나라의 불교 문화재 연구라는 정중동(靜中動)의 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진행된 경남 합천 해인사 법보전·대적광전의 목조비로자나불좌상(木造毘盧遮那佛坐像, 각각 보물 제1777·1779호)의 연구, 고려시대 원찰(願刹)과 원불(願佛)의 연구 등은 손 전문위원이 심혈을 기울였던 수행 작업이다. 오랫동안 불교미술을 공부하며 삶 속에서 역사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희망을 키웠던 손 전문위원. 그는 지금 불교 문화재를 통해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을 보듬고 정신을 포용하는 우리 불교미술 같이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말이 명징하게 가슴을 울린다.

글 이종철 사진 이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