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높이 3.1m 낮춰라”
세운4구역 개발 조건부 가결
정전에서 3개층 보이게 돼
시민단체 “종묘 가치 훼손” 반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건너편에 고층빌딩 개발 계획이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했다.
10일 <한겨레> 취재 결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9일 합동 분과(사적 분과, 세계유산 분과) 회의를 열어 에스에이치(SH)공사가 제출한 서울 종로구 예지동 ‘세운4구역’ 개발 계획을 조건부 가결했다.
문화재청은 종묘 건너편에 55~75m 높이(옥탑 포함)의 고층빌딩군(8채)을 짓겠다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계획에 대해 건물 높이를 55~71.9m로 조정하고, ‘종묘 쪽 빌딩(55m)의 디자인을 주변의 역사문화와 어울리게 설계하라’는 내용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세운4구역 개발계획이 문화재청 심의를 최종 통과하게 되고, 서울시의 건축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실제 개발 단계에 들어간다.
문화재청은 종로구청과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2009~2010년과 올해 상반기 에스에이치공사의 개발 계획에 대해 심의를 벌여왔다. 논의는 주로 ‘종묘의 중심 건물인 정전에서 볼 때 빌딩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심의에서 문화재청은 빌딩의 최고 높이를 에스에이치공사의 계획보다 3.1m 낮췄지만, 에스에이치공사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이번 심의에 통과된 높이 수준으로 빌딩이 지어질 경우 정전에서 바라볼 때 3개 층 정도가 나무 등에 가려지지 않은 채 도드라지게 보인다.
시민단체 등은 종묘의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세계유산인 ‘드레스덴 엘베 계곡’ 주변에 약 800m 길이의 현대식 다리가 건설되면서 경관 훼손을 이유로 세계유산 등재 목록에서 삭제된 적이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결정으로 세계유산인 종묘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까 우려된다. 유네스코에 이 사실을 알려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은 오세훈 시장 재임 때인 2006년 10월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한 곳 가운데 시범사업이 진행된 구역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과 상가 세입자 이주 문제 등으로 사업이 좀체 진행되지 않자,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전체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으나, 세운4구역은 사업이 일부 진행됐다는 이유로 중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세운4구역 개발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세입자 이주비와 설계비, 금융비 등을 합쳐 1461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출처:한겨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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