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탄산, 다량의 미네랄이 특색 ‘오색약수’

오색약수(천연기념물 제529호)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의 약수교 상류 오색천 바닥에 위치하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지구에 위치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광객이 찾던 곳이다. 오색약수는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오색천 골짜기의 하천 바닥을 이루고 있는 암석의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이다.

오색약수는 조선 중기 16세기에 오색석사(현 성국사)라는 절의 스님이 반석 위로 솟는 물을 우연히 마셔 보고 처음 발견했다고 전한다. 오색이라는 이름은 성국사 후원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신비한 나무에서 유래됐다는 설, 약수에서 다섯 가지 맛이 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오색약수는 오색천 골짜기 주변의 사면에서 지하로 흡수된 물이 암석 내부의 빈 틈을 통과해 지하수가 된 것이 하천의 바닥으로 흘러내려오는 과정에서 이 일대의 화강암에 포함된 나트륨·철·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성분이 다량 용해되고, 하천 바닥 기반암의 미세한 틈을 따라 다시 지표로 솟아올라 약수를 이룬 것이다. 오색약수는 탄산과 나트륨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위장병·신경 쇠약·피부병·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종 폐위 이후 슬픈 전설 간직한 ‘삼봉약수’

삼봉약수(천연기념물 제530호)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삼봉 국립자연휴양림 내에 위치해 있다. 삼봉약수 일대는 선캄브리아기 호상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가칠봉에서 발원한 계방천의 작은 지류 하천 상류에서 개울 옆 비탈의 기반암과 하천 바닥이 접하는 지점에서 지하수가 샘솟는다.

삼봉약수의 발견은 16세기 무렵으로, 단종 폐위 뒤에 문종비 현덕왕후의 아버지인 권전(權專)이 홍천군 내면에 은거해 젊은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날개를 다친 학이 안개가 피어오르는 계곡물에 날개를 적신 후 날아가고 있어서, 밖에 나와 이를 찾아보니 바위틈에서 샘물이 솟아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삼봉이란 이름은 각기 독특한 맛을 가진 약수가 세 군데의 구멍에서 나오는데서 연유하기도 하고, 약수터 주변의 가칠봉(1,240m), 응복산(1,360m), 사삼봉(1,107m)의 3개 큰 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봉약수는 산기슭의 토양층에 흡수된 물이 기반암 내부를 지나 지하수를 이루고, 고도가 낮은 개울 바닥 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이 지역의 풍화된 기반암 내에 포함된 철·칼슘 등의 무기물을 녹여 흡수한 후, 지하수면이 지표면과 접하는 개울 가장자리에서 솟아 약수를 이루고 있다. 삼봉약수는 탄산을 포함해 철·칼슘의 함량이 비교적 풍부하며, 위장병·신경 쇠약·피부병·신장병·신경통·치아질환·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삼봉약수는 원래 약수가 용출되는 샘이 3개였지만, 최근 약수터를 정비하면서 원탕만 남기고 나머지는 암설로 메워 없어졌다. 현재 삼봉약수터 바로 아래에 새로 발견된 약수터가 있다.

자연과 조화된 약수의 원래 모습 ‘개인약수’

개인약수(천연기념물 제531호)는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배달은산(1,416m)의 남사면 중턱에 위치하며, 미산약수로도 불린다. 개인약수는 해발고도 약 940m로서 다른 약수들과는 달리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하며, 약수터 주변의 계곡과 숲은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매우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의 지덕삼이라는 포수가 백두대간을 넘나들며 수렵 생활을 하다가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원래 현재있는 약수터 위에 장군약수라는 약수가 하나 더 있었다는데, 양쪽 겨드랑이 밑에 용 비늘이 세 개씩 붙어있는 아기장수가 약수를 혼자 마시고는 아무도 찾지 못하게 큰 바위로 덮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이 센 나머지 훗날 역적이 되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한 부모가 아기장수를 살해했다고 한다.

개인약수는 탄산·철분·마그네슘의 함량이 많은 편이고, 신장병·간질환·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약수 일대의 지질은 선캄브리아기 호상편마암인데, 개인약수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사면이나 계곡을 덮은 곳이 상당히 많다. 산 정상부에서 지하로 흡수된 빗물이 지하수가 되어 이 바위 틈새로 흘러들면서 바위 표면의 풍화된 광물질이 지하수에 녹은 후 계곡 쪽으로 흘러내리다가, 계곡에 거의 도달해 물이 솟아나 약수를 이룬 것이다.

약수(藥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물도 약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약수를 이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했다는 옛 문헌이나 인물·지명에 얽힌 전설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다른 나라와 차별된 특별한 약수 문화가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래서 전국에 다수 산재해 있는 약수를 연구하고 발굴해 가치 높은 자연유산으로서 보존해야 할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글 이광률(경북대 사범대학 지리교육 부교수)

출처: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