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금강마을) 일대에서 출토된 유물은 방대한 양은 물론 학술적 가치에서도 획기적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물급 문화재 출토로 유적지 보존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자연환경과 생태계 파괴 등의 비판을 받아온 영주댐 건설과 댐 담수 계획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이 13일 밝힌 발굴조사 내용을 보면 이 유적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생산 및 생활 유구·유물, 불교 관련 유구·유물들이 대거 확인됐다. 유물도 금속류, 자기류, 기와류 등을 망라한다.
영주댐 건설 예정지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금동완, 향완, 광명대, 철솥(왼쪽부터). | 한국문물연구원 제공
특히 고려시대 사찰인 금강사와 그 터를 확인했으며, 불교 관련 유물의 상당수는 보물급 이상이라는 게 발굴단의 분석이다. 금강사 터 우물에서 발견된 높이 33.2㎝의 '광명대'에는 제작 시기, 동기 등을 밝혀주는 38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주목받는다. 광명대는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문물과 풍속을 쓴 < 고려도경 > 에도 언급된 유물이다.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 원장은 "명문을 통해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왕생극락을 위해 구리로 광명대를 만들어 금강사 불전에 바쳤다는 내용과 봉헌자, 제작 시기(1186년) 등 많은 정보가 확인된다"며 "발굴로 확인한 고려 광명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장례 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쥔 관음보살인 양류관음을 선으로 새긴 '경상'(구리거울)도 출토품으로는 처음 확인됐다. 불교의례에 사용된 '경자'(작은 종)도 출토됐다. 발굴단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유적 보존방향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발굴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문가 검토회의를 거쳐 유적 보존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주댐 건설과 관련해 부실한 문화재 조사와 함께 유물 출토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화재청의 관계자는 "발굴이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댐 건설 초기부터 허술한 문화재 조사로 문화재청이 댐 건설을 위한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며 "문화재청은 이제라도 발굴조사 내용 등 전반을 국민들에게 전면 공개하면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