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뉴스=변미루 기자] 관광객들의 낙서 세례로 청정 제주의 자연이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 27일 제주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산책로.  이곳에 심어진 용설란이 누군가가 적어놓은 낙서로 너덜너덜해진 잎을 초라하게 내밀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지 천지연폭포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용설란은 심은 지 20년이 지난 귀화식물로, 100년에 꽃이 한번 핀다고 해 ‘세기식물’(century plant)이라고도 불린다.

잎이 용의 혀같이 생겼다고 용설란이라 불리는 이 선인장은 지난 수십 년간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제 한글 이름과 일본어 등 흉측한 낙서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사진=변미루 기자

이날 천지연폭포를 찾은 관광객 전모(26)씨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천혜의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금 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천지연폭포 입구 식물 관리를 담당하는 천지연휴게소 대표 박모씨는 “관광객들의 낙서가 너무 심해 5년 전쯤 상처 난 용설란 잎을 잘라내고 ‘낙서 금지 팻말’도 박아두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허탈해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용설란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쪽으로 옮겨 보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이한 제주에서 문화재·대나무·선인장 등을 대상으로 한 낙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서귀포시에 위치한 천지연폭포는 기암절벽에 형성된 길이 22m, 너비 12m의 폭포로 규모와 경관이 뛰어나 제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 사진=변미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