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근대화의 상징

토목은 건축과 달라 모든 것이 관 주도로 이뤄진다. 토목에는 도로, 상하수도, 철도, 터널, 교량 그리고 등대 등이 해당한다. 광장을 다른 분야로 따로 두지는 않는다.

신작로, 즉 새로운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곳에 만남의 장소인 ‘광장’이 만들어진다. 유럽식 아고라(agora), 포럼(forum)이 여기에 해당한다. 재래식의 불규칙한 작은 길과 길이 만나는 곳을 우리는 마당이라 한다. 마당의 큰 개념이 광장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광장 만들기는 도시계획, 상하수도 등을 전문으로 하는 토목가의 영역이다.

우리 개화기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도로개수(道路改修), 쉽게 말해서 ‘길내기’였다. 이는 김옥균(金玉均, 1851~94)의 『치도약론』으로 대표되는데, 길을 만드는 일 그것이 치도(治道)였다. 이 책에서 그는 도로 만들기가 근대화, 부국강병의 핵심임을 역설하였다. 그는 아울러 위생문제에도 접근한다. 당시 정치가로서는 의외의 접근이었으나 매우 탁월한 안식(眼識)이었다. 이 책은 김옥균이 임오군란 후,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 박영효를 수행한 1882년 11월에 집필한 것인데, 표제명은 『치도규칙』이며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에서 간행하였다.

등록문화재 제565호인 『치도규칙』(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은 이듬해인 1883년 초 한성부에서 일시적으로 실시된 적이 있다.

귀국한 박영효가 한성부 판윤에 임명되어 치도국(治道局)을 설치하고 도로정비사업을 실시한 것으로, 1883년은 우리 근대 도로사의 기점이 되는 것이다. 박영효는 안타깝게도 3개월 후 광주유수(廣州留守)로 좌천되어 도로정비사업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도로 정비는 매우 어려운 일로, 계획도로변 민가의 철거 등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옥균과 박영효의 꿈은 좌절되었으나 1897년 이채연(李采淵, 1861~1900)이 한성부 판윤에 임명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이채연은 서대문 주변과 정동 일대의 길을 보수하고 이어 숭례문 안 도로를 확장해 나갔다. 도로변 가옥도 정비했다.

대한제국시기 일제의 영향

대한제국시기 1906년부터 서울(당시 경성)의 도시개조사업이 시작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제의 입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통감부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차지했다.

1909년 광화문과 현 남대문 길을 내기 위해 현 동아일보사 앞 황토현(黃土峴)이 정비되었다. 황토현의 흙은 청계천 정비에 쓰였다. 서울 간선도로와 청계천변 길이 정비된 것이다. 서울은 종로, 태평로 도로뿐 아니라 도로변 가옥과 상점도 정비되어 나갔다. 이와 같은 도로정비사업을 바탕으로 하여 종로 길 전차도 개설되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도시개조사업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다.

경성일보의 사옥은 1914년 10월에 세워졌다. 덕수궁 주변이 아직 한적한 모습이었을 때였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이 신문사 사옥은 지나칠 정도로 좋은 자리에 들어섰다. 사옥의 위치가 현 서울시청 자리였다. 원래 이 자리는 1466년 이래 군기시(軍器寺) 터였다. 조선의 병기창이었다. 이 터에 신문사가 세워졌다가 다시 서울시청이 세워진 것이다.

이 건물이 처음 기록에 나타나 관심을 끈 것은 그 건물의 중요성보다는 오히려 고종의 승하를 애도하는 백성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찍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1919년 1월 22일 승하한 고종의 국장은 3월 3일 거행됐다. 이때의 사진설명은 ‘시청 앞 광장’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이다. 이 건물은 경성일보사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덕수궁 광장’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시청은 옮길 수 있으나 덕수궁은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1923년 2월 경성부청사 신축 부지가 결정되었다. 현 서울시청 위치, 덕수궁 광장의 경성일보사 자리로 결정된 것이다. 공터로 600평을 남기기로 했다. 시청 터는 덕수궁(경운궁), 남별궁(원구단, 조선호텔 터)과 연계된다.

덕수궁 광장을 전면에 두고 서측은 태평로, 동측은 무교로에 접하는 서울의 핵심위치였다. 또한 서울역, 남대문에서 중앙청으로 가는 결절점이고, 을지로, 소공동으로 가는 분절점이기도 했다. 당시의 ‘접근성’도 이곳이 제일 좋았던 것이다.

경성일보사는 헐리고 경성부청사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경성부청 신축기사는 오사카 <아사히신문>(大阪每日 朝日新聞 부록 朝鮮朝日) 1925년 9월 15일 자에 실려 있다. ‘덕수궁 앞의 신축 경성부청사’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청사는 1926년 10월 30일 준공되었다.

1945년 해방 이듬해 경성부청사는 서울시 청사가 되었다. 1946년 9월 28일부로 경성부가 서울시가 된 것이다. 6·25전쟁 중에는 북한 인민군이 접수해, 건축물은 북한의 손 안에 들어갔다. 시청 앞은 북한군 치하 무서운 공간으로 변했다. 5·16 때는 군사혁명의 핵심적 무대였다.

광장 100년, 또 하나의 역사

서울시청 터는 경복궁과 함께 서울의 중심이었다. 광화문, 태평로, 남대문은 연속되는 축이었다. 우리는 서울시청 건물이 1926년 이후, 이어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서울과 함께 해 온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어쨌든 현재의 서울시청 앞 광장은 2014년 현재 100여 년간 서울의 맨얼굴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시청 복관과 그 앞 광장은 세계 뉴스의 현장이었다. 강렬한 붉은 색 물결은 지금도 넘실거리는 꿈을 꾼다.

글 김정동(우리근대건축연구소장)


출처: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