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번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발표한 드레스덴은 '환경 보전 실패'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도시다. 이 지역 엘베강 유역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가 몇 년 뒤 지정이 취소돼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4차선 다리 하나 때문이었다.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수려한 경관과 16~18세기에 지어진 성곽과 왕궁 등의 건축물이 잘 어우러진 곳으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기독교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던 이곳 지방정부가 시민사회단체 및 다른 정당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엘베강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다리 건설을 추진했다. 드레스덴 시내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가 목적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를 비롯한 많은 저명한 인사들이 반대 운동을 펼쳤고, 독일 중앙정부까지 나서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쾰른시의 경우 고층 건물을 세우려는 계획을 추진하다가 유네스코가 쾰른 대성당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취소를 경고하자 즉각 중단했으나 드레스덴은 달랐다. 결국 유네스코는 2009년 6월 이곳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다리는 2013년에 완공됐으나 독일인의 자부심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경복궁 옆 관광호텔 건설이 정부의 규제 철폐 정책에 힘입어 급류를 탈 것이라고 한다. 대한항공이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해온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는 경복궁을 마주하고 있는데다 근처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등이 있어 학교보건법 등에 따라 관광호텔 건립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학교 주변의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안을 지난달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처리했다. 드레스덴의 경우 그나마 주민투표라도 실시해 다리 건설의 명분을 쌓았으나 이런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에 가서 눈여겨봤어야 할 것은 바로 '야만적 건축'의 교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