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앵커]

봄을 맞아 조선시대 궁중 잔치에 쓰인 꽃 장식을 모은 전시회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이 꽃이 생화가 아닌 조화라고 하는데요.

조선 왕실이 가장 성대해야 할 행사에 가짜 꽃을 쓴 이유를 고현실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조선시대 왕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잔칫상 앞을 지키고 선 꽃 주변을 나비와 벌이 감쌉니다.

무희들이 둘러쌌던 지당판 위에는 아리따운 연꽃이 피었습니다.

순조의 마흔 생일상에 자리했던 이 꽃들은 중요무형문화재 황수로 씨가 3년 동안 직접 만든 '작품'들입니다.

전통방식 그대로 비단을 두드리고 인두로 마름질해 꽃잎 하나하나를 빚었습니다.

궁중 연회에 쓰였던 장식용 조화인 채화.

모든 것이 풍족했을 왕실에서 왜 생화 대신 가짜 꽃을 썼을까?

<황수로 / 중요무형문화재(궁중채화 장인)> "그 꽃을 꺾지 않고 그 꽃을 화장들이 그대로 만들어서 장식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이고 조선왕조 불멸의 영원을 기원했기 때문에…"

뜻대로 만들 수 있는 채화에선 왕실 사람들의 속내도 읽을 수 있습니다.

낮에 왕과 문무백관을 위한 잔치에 이어 밤에 열리는 왕비를 위한 잔치.

여성들만을 위한 밤의 잔치에 쓰인 꽃들은 이처럼 더 크고 화려했습니다.

밤에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에는 하룻밤 허락된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왕실 여인들의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상 위에 떨어진 촛농으로 만들었다던 가짜 매화.

벌집이 주재료인 밀랍으로 만든 초가 꽃으로 환생해 다시 벌을 불러들인다 해서 윤회매로 불립니다.

꽃가루와 꿀까지 묻혀 만들다보니 진짜 꽃으로 착각한 벌이 날아드는 일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프랑스 꽃장식 장인 브루노 르제롱이 만든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뉴스Y 고현실입니다.

출처:뉴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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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이 가짜 장식꽃을 쓴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