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를 '나가수' 방식으로 뽑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 장인들이 평생 해온 이 일을,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에게 심사를 맡길 수 있습니까?"
지난 27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강당.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 전승자 대토론회'에 모인 장인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최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지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문화재청이 정책을 전면 검토하겠다며 마련한 자리다. 문화재청은 24일부터 4일 동안 무형문화재 분야별로 보유자·전수조교·이수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한 참석자가 "'나가수'식 심사는 말이 안 된다"고 고함을 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인간문화재 지정 때 '나는 가수다' 같은 공개 경쟁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나 청장은 "심사위원 수를 대폭 늘리고, 다양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청중 앞에서 심사 과정을 공개해 공정성 시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날 참석자들은 '공개 심사'라는 취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기자는 첫날과 마지막 날, 토론을 지켜봤다. 숭례문 복구 논란을 비롯해 국보·보물 공사에 이름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등 인간문화재의 도덕적 해이가 물의를 빚는 시점이다. 어떻게 하면 지정·운영 방식을 개선해 인간문화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자체 반성과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대다수 참석자는 "왜 전승 지원금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 "왜 우리 종목만 홀대하느냐" 같은 신세 한탄뿐이었다. 이들이 매달 받는 전승 지원금이 모두 국민 세금이라는 걸 정작 그들은 잊고 있는 듯했다.
제도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면서 전승자들만 불러 토론회를 벌인 문화재청도 이해할 수 없다. 이종희 무형문화재과장은 "우선 분야별로 전승자 내부 의견을 듣고, 4월 15~16일 외부 인사들도 모셔서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끊이지 않는 지정 잡음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문화재청의 개선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