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관리의 새로운 장, 문화재 GIS

모든 문화재는 장소, 즉 위치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천연기념물이나 무형문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오픈한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는 이처럼 전국에 분포돼 있는 문화재를 ‘지도’라는 새로운 창(窓)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방식이다.

“2002년부터 문화재청에서는 전국의 문화유적 분포정보를 전산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8년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 GIS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죠. 처음엔 건설공사로 인한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건설공사 시 보호해야 할 대상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구역과 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있으며, 비지정문화재이지만 고고유적도 포함된다. 이러한 문화재 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실제 건설공사를 시행하다가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사업시행자가 사전에 문화재의 위치를 조회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면, 사업시행자의 경제적 부담과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재 GIS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동석 학예연구관은 말한다.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중앙부처로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관리하고, 국민들이 문화재 때문에 겪는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흩어져 있던 문화재 공간정보들을 하나로 모으고, 원하는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것은 문화재 보존 관리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2013년 12월, 문화재 GIS는 개방과 공유가 핵심가치인 현 정부의 3.0 정책기조에 발맞춰 더 많은 정보를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재 공간정보서비스를 확대 개편하였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지도서비스가 있는데, 하나는 문화재와 주변지역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정보를 제공하는 ‘문화재 보존관리지도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지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문화유산 나들이, 테마지도서비스’가 그것이다.

‘문화재 보존관리지도서비스’에서는 이번에 다른 기관의 지도서비스와 연계하고, 모바일 지도도 오픈하여 사용자의 정보 접근성과 이용 편리성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한다. 이와 함께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문화유산 나들이, 테마지도서비스다. 이것은 문화재청에서 제작한 다양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동북아문화유산’, ‘천연기념물생태지도’, ‘지도 위에서 만나는 발굴이야기’ 등 문화재 정보를 테마별로 재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모든 문화재는 어디엔가 위치해 있고,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지도 위에서 보여주면 문화재에 대한 좀 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천연기념물 생태지도’의 경우 해당 철새를 검색하면 언제 어느 지역으로 이동했는지 그 경로와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동북아 역사문화유산지도’를 통해서는 직접 가볼 수는 없지만 북한과 중국 동북,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문화재와 상세정보를 볼 수 있다. 문화재 주변에 위치한 맛집과 지역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정보 창인 셈이다.

GIS를 활용한 고고학 조사연구에 기여하고파

현재 문화재공간정보서비스에 담긴 정보 수는 13만 건 정도, 이용자 수는 매 월 평균 4만 명에 달한다. 환경부나 국방부, 국토해양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 ‘2013년 중앙부처 국가공간정보 사업평가’에서 최우수상을, ‘2013년 공간정보 활용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 활용도를 인정받기도 하였다.

사업 초기만 해도 매장문화재 조사가 오히려 부실해 지는 것 아니냐는 GIS에 대한 우려와 불신의 목소리로 인해 1년 간 세미나와 강연회, 간담회 개최는 물론 설득과 이해, 공감을 위해 고고학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강동석 학예연구관은 ‘이제 많은 분들이 문화재 GIS를 이용하고 있고, 필요성을 인정해 준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GIS를 고고학 분야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고학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서 제가 가진 경험이나 지식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GIS를 활용한 고고학 조사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글 정연희 사진 이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