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추억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으며 산다고 하지 않던가!
누렇게 빛바랜 앨범을 한 장 한 장 들추듯이 지나간 시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아름다웠던 어제가 토우로 되살아나고 있다.
토우(土偶)는 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사람 형상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생활도구 등을 본떠서 빚은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주술적 의미로 또 부장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공예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만든 스토리를 품은 토우화분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추억들이 그녀의 손끝에서 흙내음을 날리며 꽃내음과 함께 모락모락 봄꽃 속에서 피어난다.

십여 년 전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그는 남편에게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삶이 허탈하고 공허했다. 자신이 열정을 쏟으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고향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토우를 한 점 한 점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토우는 자신을 행복한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유난히 꽃나무를 좋아하다보니 밋밋한 화분보다 직접 빚어서 만든 이야기를 담은 화분에 꽃나무를 심어서 기르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화원을 차렸다. 자신처럼 옛날을 그리워하며 이야기토우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이 화원으로 우연히 꽃을 보러 왔다가 스토리가 있는 토우화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나의 어릴 적 모습이 여기 다 있더라고요. 어릴 때 토담집에서 살았거든요. 우리 동네를 옮겨 놓은 것 같고 정말 공감이 갔어요. 아이들 표정 하나하나가 내 친구들 모습 같아요. 이렇게 토우를 빚고 있으면 잠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서 행복해요.”손혜숙씨(연수구 송도동)는 토우를 빚으며 말한다.

이야기 토우는 한 점 탄생하기까지 약 15일 정도 걸린다.
잘 빚은 토우를 말린 후 가마가 있는 장소로 옮긴다. 도자기를 굽듯 먼저 초벌구이를 한다. 색칠하고 유약을 바른 후 재벌구이 과정이 끝나면 밋밋하던 점토는 소박한 이야기 옷을 입은 토우화분으로 탄생한다.
“가마에 들어간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기대감이 생기고 가슴이 설레입니다. 어떤 모습을 갖고 태어날까?!..자식 같고 애인 같아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인지 토우를 보면 누구나 다 공감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제 이야기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추억의 이야기도 작품으로 만들고 있어요.”
서씨는 여고시절 제각각 개성을 가진 친구들의 모습도 빚는 중이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지금도 만나는 소중한 친구들이예요. 다 완성하면 생일선물로 주려고요.”

“정겨운 토담집을 보니까 그런 집에서 살고 싶네요. 화원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중인데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꽃도 보고 이야기 화분 감상도 하니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박경희씨(연수구 동춘동)는 서씨가 들려주는 작품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한다.
바쁘고 빡빡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 힐링타임을 갖고 어릴 적 이야기를 품은 토우화분에 따스한 마음의 봄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

박영희 객원기자 pyh606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