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시민위원회(위원장 조명래)는 12일, 2년 넘는 논의 끝에 수표교를 제자리에 중건하고 물길을 곡선으로 만드는 등 자연하천의 모습을 되살리는 것을 뼈대로 하는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안)’을 발표하고 시에 건의했다. 서울시도 위원회의 제안에 긍정적이다.
시민위원회는 청계천 복원 뒤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012년 3월 관련 전문가와 시민 등 26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그동안 여론조사,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 왔다.
시민위원회는 지금 청계천의 문제로 △임금의 어가 행렬이 지나가던 수표교가 원형 복원되지 않는 등 장소의 역사성이 훼손됐고 △구불구불한 모래하천을 직선으로 하면서 물고기가 폐사하거나 녹조류를 청소해 줘야 하는 ‘인공어항’이 됐으며 △진출입로가 부족하고 계단이라 이용에 불편하다는 점 등 세 가지를 핵심으로 꼽았다.
이에 시민위원회 쪽은 역사성의 상징인 수표교를 장충단공원에서 원위치로 옮겨 중건하고, 저수로 중간중간에 굴곡을 줘 하천을 곡선화하는 것과 함께 하류 보를 철거해 물고기가 중랑천까지 자유롭게 다니는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것을 건의했다. 또 광화문·경복궁역 지하수와 9개의 청계천 상류 지천 계곡물(백운동천, 삼청동천 등)을 청계천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는 한강물을 인공적으로 끌어다 흘려보내는 바람에 해마다 18억원이 넘는 유지비가 들고 있다. 이밖에 청계천 보도 폭을 넓히는 등 보행자 중심 거리를 조성하고, 모전교와 광교 등 청계천로 교차로 14곳에 ‘엑스(X)자’형 건널목을 만들자고 했다. 시민들 가운데 ‘청계천 지킴이’를 뽑아 시민참여형 청계천 관리 체제를 만들자고도 했다. 조명래 위원장은 “청계천 복원은 시민들 사이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에 바탕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큰 틀에서 시민위원회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하고, 단기간 실현 가능한 사업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자연생태하천 조성, 보행친화거리 조성 등에 곧바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수표교 중건과 백운동천이나 삼청동천의 물길 회복 문제는 기술적·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수표교 복원에 대한 안전문제 등 타당성 조사는 이미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실행계획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출처:한겨례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