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연중 7~8개월 동안 사연댐의 물속에 잠겨 훼손이 빨라지고 있어 보존 임시방편으로 '가변형 임시 물막이'가 추진되고 있다. 이는 암각화 전면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길이 55m의 아치 모양으로 암각화를 둘러싸는 대규모 철 구조물이다. 가변형이란 댐 수위 변화에 맞춰 물막이 높이가 조절된다는 의미다. 임시 물막이는 울산시가 물을 확보해 댐 수위를 낮출 경우 철거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미봉책은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10여년간 대립한 끝에 지난해 국무총리실 중재로 이뤄진 양자 간 협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 투명판으로 설치돼 암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낳지만, 댐의 물과 철구조물로 인해 암각화를 가리는 대규모 철제 벽체에 불과하다.
임시 물막이의 안전성·시공성을 확인하는 실물 모형의 검증 실험이 문화재청 건축분과가 요구하는 사전 검증 계획에 따라 실시될 예정이다. 이 검증 실험은 세계유산분과와 합동분과위원회가 구성돼 실시되며, 암각화 지형과 유사한 지역에서 5분의 1 축소 모형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런데 축소 모형으로는 실제 수심 13m 이상의 수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현상을 재현할 수 없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
필자가 댐 설계 전문가 등과 함께 임시 물막이 안전성을 검토해 본 결과, 철구조물의 좌굴, 기초와 측면에서 기존 암반과 접착된 부분 누수 및 전도, 수압에 대한 안전성 등 설계상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임시 물막이는 철거 시 원형 복원을 전제로 해 누수를 허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재청 요구대로 수위를 암각화 아래로 낮춘다고 해도 암각화 보존 대책이 될 수 없다. 지난해 울산시가 한국수자원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수리 모형 실험 결과, 비가 조금만 많이 내리면 수위가 높아져 암각화가 물에 잠기고 주변 유속이 약 10배로 급증해 암각화 훼손을 가속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가변형 임시 물막이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명분을 내세운 문화재청과 물 문제라는 생존권을 내세운 울산시 간의 대립을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화재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실험하는 대상이 결코 될 수 없으며, 한번 손상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조홍제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방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