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기 위해 도입된 `국립중앙박물관ㆍ미술관 무료 관람제`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객 수가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짜 이용으로 관람객의 관람 태도, 문화재ㆍ예술품 존중 의식이 취약해진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하지만 무료 관람제를 지지하는 측은 제도 실시 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영국 사례를 볼 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찬성 / 이보아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교수
국민 문화저변 늘리려 도입…정책 실효성검증 `시기상조`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5월 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박물관ㆍ미술관을 아우르는 집합적이고 통일적인 무료 관람 정책이 시작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문화향유권 측면에서 국립박물관 무료화 정책의 실효성을 논하는 움직임과 함께 무료 관람이 오히려 박물관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 정책의 본질과 취지는 문화민주주의와 국민문화향유권 신장이었다. 무료관람정책은 해외 박물관의 선진 사례를 심도 있게 검토한 후 마련된 것이고, 특히 영국은 무료관람제도 실시로 72~83%의 괄목할 만한 관람객 성장을 이루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나 취향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형성되는 문화적 취향을 두고 정권이 한두 번 바뀌는 짧은 시간 동안 정책의 실효성이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따라서 국립박물관ㆍ미술관 무료화 정책의 실효성을 질적인 측면에서 검증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통계와 같은 객관적인 결과를 보면 분명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타당성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 2011.4)`가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2010년 한 해 동안 총 306만7909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2010년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수 조사에서 세계 9위(아시아 1위)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전년 대비 33만7705명의 관람객이 증가한 결과며, `고려불화전` `황남대총전` `잉카전` 등 전시 자체의 유인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상설전시관을 찾은 학생 및 외국인 관람객과 어린이박물관 및 야간개장 관람객도 동반 증가 현상을 보였다.
현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무료화 정책은 부분적으로라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제부터는 관람객의 요구 분석을 기반으로 전시의 방향성이나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무료 관람을 대체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메세나 활동 활성화를 통한 재원 확충 등의 관점에서 새로운 경영 전략을 도출해 낼 시점이다.
◆ 반대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납세자에 비용부담 미루는 공짜정책은 정의롭지 않아
무료 관람은 좋은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세금으로 지원되는 공짜에 대해 공짜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혹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독자들 가운데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무료 관람제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문화 향유 기회 확대라는 것 자체가 근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든 공짜 정책들은 이처럼 선의로 포장돼 있을 것이다.
아주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면 모든 구매활동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정의롭다. 우리는 어떤 정책의 편익을 따지기 이전에 우선 그 정책이 올바른 혹은 정의로운 정책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 즉 무임승차 금지 원칙은 정의라는 기준을 만족시킨다. 내가 구매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정의로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관람은 내가 하고 비용은 납세자에게 미루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요컨대 점심은 내가 먹고 타인으로 하여금 점심 값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영화나 공연을 관람할 때 입장료를 지불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혹자는 `국립`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않는가? 비용 부담을 익명의 납세자에게 미루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무료 관람은 한시적이고 예외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 문화 향유 기회가 힘든 분들, 제한된 대상을 위해 특정 요일이나 기간을 선택하여 무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과 같은 익명의 다수를 위한 공짜 정책은 정의로움을 기준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다. 입장료 수입이 기대한 만큼 거액이 아니더라도 확보된 자원을 이용해서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삼는 것이 올바르다. 사람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할 때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아껴 사용하게 된다. 근래에 우리 사회는 자꾸 공짜 정책을 도입하는 일에 열심이다. 스스로 누리는 편익에 대해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는 대원칙만큼 체제의 건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한마디로 공짜 정책은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다.
출처:MK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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