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영화<만신>은 지금도 무당으로 불리우며, 천대받는 김금화의 이야기이다.

박찬경 감독이 연출한 영화<만신>은 중요무형문화재이자 무속인 김금화 할머니(83)를 출연시키며,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한편,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 세 여배우를 등장시켜 김금화의 어린시절부터 신내림을 받고, 이 나라의 '만신'(무당의 높임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드라마로 담았다.

<만신>의 주인공이자 무속인 김금화의 일대기는 인간이하로 취급 받던 한반도 모든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영화 '만신'에서 김금화의 어린시절인 '넘세'를 맡은 김새론의 모습. 영화 아저씨에서 아역배우로 느껴지기엔 연기력이 매우 뛰어났다. (제공 엣나인 필름)

작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931년 황해도 연백의 한 작은 마을에서 여자아이로 태어나,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부모가 죽이려고 했던 '넘세'(김새론, 김금화의 어릴적 이름으로, 남아를 기원하는 뜻)에서, 일제 때 위안부 소집령을 피하고자 떠난 시댁에서 천대받고 쫓겨난뒤 결국 17살에 무녀 '금화'(류현경)로 거듭난다.

그뒤 1970년대 군사정권에서 미풍양속을 헤친다며, 경찰ㆍ관공서는  물론, 기독교인들의 갖은 탄압을 받았던 무속인 김금화(문소리)가 나온다. 이 장면까지는 드라마로 구성됐다.

영화 <만신>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큐멘터리 부분에서는 6.25 남북전쟁 때 희생당한 모든 원혼들을 위로하고,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연평해전과 천안함 참사로 사망한 군인들을 위한 진혼굿을 하는 김금화의 모습이 보인다. 아울러 김금화는 서해 바다에서 어선들의 만선을 위한 서해안 풍어굿과 배연신굿으로 참석한 모두와 함께 신명난 굿 한판을 벌이는 장면도 보인다.

영화 '만신'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것 

한때 무당은 '미풍양속을 헤치는 샤머니즘'이라는 비판이 거셌지만, 정작 우리가 봤여야 할 부분은 "반 만년 역사를 지닌 한민족의 얼을 담은 전통이 지금까지 어디에 가장 많이 남아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 18일 영화 만신 기자간담회에 나온 출연진들의 모습. 왼쪽부터 박찬경 감독, 만신 김금화, 김새론, 문소리, 류현경

특히 이 작품 속 다큐멘터리 부분에서 인터뷰를 한 민속학자들은 우리나라 무당의 삶과 민족 전통예술에 대한 인식을 비판하며 "평소에는 무당을 천대하고, 차별하면서 정작 때 되면 궁합을 보고, 미래를 점치며, 남몰래 굿판을 펼치는 한국인들의 두 가지 성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현대사회에 이르러 386운동권에서 확산된 탈춤과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정체성을 살리고자 각 방송사들이 한국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사실에 대해 애써 외면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넘세의 '걸립'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마지막 굿판

한편 18일 왕십리CGV에서는 영화 <만신>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찬경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넘세'(김새론)가 동네 '걸립'(쇠붙이를 모으는 전통)을 하면서, 왜? 무속인 김금화와 배우·스탭들이 함께 출연했냐'는 질문에 "무당이 되려면 동네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아야만 하는데 '걸립'은 그런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 모두가 준 것을 녹여, 하나의 방울로 만들어 모두가 축복받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촬영했다"고 언급했다.

기자가 덧붙이자면 김새론의 '걸립' 장면속에 나오는 못쓰는 쇠붙이에는 만신 김금화가 한국동란 당시 빨갱이로 혹은 첩자로 남북한 당국으로부터 오인받아 총살위기로 몰리던 장면에 등장한 권총도 보였다. 다시 말해 인간이 지닌 모든 권세와 악행의 쇠붙이들이 하나의 방울로 무속인의 씻김굿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것이 한국 중요무형문화제이자, 이 나라 만신으로 인정받는 김금화 할머니의 꿈인 것이다.

한편 영화<만신>은 오는 3월 6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