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11 03:03
농경문 靑銅器·이차돈 순교비
국립중앙·경주박물관이 소장… 그동안 국가문화재 신청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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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문 청동기(위)와 경주 이차돈 순교비. /문화재청 제공
초기 철기시대의 농경 활동을 알 수 있는 '농경문 청동기'와 불교 공인을 기록한 현존 최고(最古)의 사료인 '경주 이차돈 순교비'가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두 유물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농경문 청동기'는 한 면에 따비 같은 농기구로 밭을 가는 남성과 추수하는 여성을 표현하고, 반대 면에는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은 모습을 새긴 청동기(靑銅器). 풍요한 생산을 기원하는 농경의례와 소도(蘇塗)·솟대 등이 표현돼 초기 철기시대 생업과 신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주 이차돈 순교비'는 신라 법흥왕 14년(527) 순교한 이차돈을 추모하고자 건립한 비석으로 통일신라의 복식사와 조각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이 유물들은 사료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국립박물관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뒤늦게 보물로 예고됐다. 이유는 현행 문화재 지정 시스템에 있다. 어떤 유물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려면 먼저 소장자가 신청을 해야 하고, 지정 여부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국보·보물이 되면 보존 처리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받을 수 있고 소장품 가치도 상승한다.
그러나 전시 등 목적으로 해외에 반출하려면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도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나 사립박물관은 적극적으로 지정 신청을 하지만 국립박물관은 신청하는 경우가 적었다. 지난해에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뉴욕 전시를 놓고 두 기관의 충돌이 있었다.
문화재청은 "국보·보물의 격을 높이고 재정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약을 맺고 '국립박물관 소장 유물의 국가문화재 지정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농경문 청동기'와 '이차돈 순교비'가 그 첫 결과물. 내년까지 65건 181점이 1차 지정 대상에 올랐다. 신라 호우총 출토 '광개토대왕명 청동 그릇' '사택지적비' '고려나한도' 등 고고, 불교, 공예, 회화 분야의 걸작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