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골(人骨)에 심취한 과학자의 이야기

과학의 발달은 늘 세상을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켜 왔다. 이는 문화재 보존 및 복원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문화재 관리가 보존처리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첨단 과학을 통해 문화재를 보존·복원하는 것은 물론 문화재의 재질과 성분 등을 토대로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영역까지 진화해왔다. 뿌옇던 과거의 삶들이 과학을 통해 나날이 선명해지고 있는 셈이다.

“보존과학이란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과학을 뜻합니다. 때문에 현재까지 과학기술의 한계로 인해 도달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문화재에 적용이 가능하고, 과학의 분야 역시 화학과 지질학, 생화학과 미생물공학 등 그 한계가 없습니다.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죠.”

그 중에서도 신지영 연구관의 전공분야는 인골(人骨)이다. 특히 인골은 과거 사람들의 식생활, 고환경, 인류의 기원, 성별, 계급, 종교의식 등 과거 생활상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고고자료이다.“학부 시절 전공은 화학이었는데 우연히 고고화학(Archaeological Chemistry)에 대한 책을 접한 뒤, 화학이 이런 곳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고고화학, 그 중에서도 골화학(Bone Chemistry) 분야가 활발하지 않을 때라 굳은 결심과 함께 영국으로 떠났죠.”

뼈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유골이 발굴되면 정보의 왜곡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외부로부터의 오염을 차단하게 된다. 이후 발굴 즉시 수습해 실험실로 이동하게 되는데, 가장 많이 실험에 이용되는 대퇴골 부위의 시편만 채취해 화학실험과 생물학실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뼈나 머리카락 등에는 특유의 안정동위원소 정보가 기록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카락에서는 최근 몇 달간 먹은 식생활 정보를, 뼈에서는 죽기 전 10~20년 가량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문물연구원에서 발굴·조사한 부산 가덕도 신석기 시대 집단 묘역의 경우, 지리적으로는 바다에 인접해 있고 고고학적인 정황을 고려할 때 당시 사람들이 해양성 어패류 섭취가 높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골화학 분석 수행 결과 실제 인골 속에 남아 있는 안정동위원소 정보를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의 주식이 해양성 어패류였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추측’에서 ‘사실’로 진일보한 계기가 되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문화재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앞으로 그 블루오션을 개발해 나가는 것 역시 보존과학 연구자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신지영 연구관은 다양한 연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 중 ‘뼈 탄산염의 안정동위원소 정보 추출을 위한 방법론적 개선 연구’의 경우 단백질 정보 외에 종합 영양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매장환경에서의 오염으로 인해 활용이 어려웠던 탄산염의 활용 방법에 대한 제안 등이 담겨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로부터 학문적 기여도를 인정받은 신지영 연구관은 2013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2곳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의 <후즈 후 인 더 월드(Who’s Who inthe World)>와 국제인명센터(IBC)의 <국제인명(Dictionary of International Biography)>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보존과학과 함께 자란 꿈

2009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온 이래 신지영 연구관은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고인골(古人骨)의 수습에서 보관에 이르는 과정, 자연과학적 분석에 관한 이론과 연구기법 등을 한 데 모아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인골 연구팀에서 책『( 발굴 현장에서 고인골 분석 연구실까지』)으로 엮어 발간하는가 하면,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전시( ‘과학, 미라를 만나다’ )로 기획한 일들은 그의 꿈과도 맞닿아 있는 일들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온 후로 꿈의 크기가더욱 커졌습니다. 최고의 인프라, 훌륭한 연구자들과 함께 보존과학 분야에서 국가에 꼭 필요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글 정연희 사진 이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