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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중국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건립됐다.

'저격 장소에 기념비를 설치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중국이 기념관 설립으로 통 크게 답한 것이다.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한국과 공동으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오후 중국 정부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 역 귀빈실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전격 개관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안 의사가 한중 양국민이 공히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인 만큼 하얼빈역의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유관기관에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200㎡(70평) 규모로, 하얼빈역 귀빈실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한쪽 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건물 내부에서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을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기념관 안에는 안 의사의 동상이 세워졌고, 안 의사의 생애와 의거, 뤼순감옥 수감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사진과 사료(史料) 등이 한·중 양국어로 된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은 일본 뿐 아니라 북한과 외교적 마찰까지 빚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이같은 '결단'을 내린데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간 밀월 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번 개관을 앞두고 그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공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 기념관 설립 이전까지는 안 의사의 의거 장소였던 하얼빈역 플랫폼 바닥에는 저격 장소를 표시하는 화살표만 있었을 뿐이다. 중국 당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해 이 장소 관람을 통제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이 화살표를 보기 위해서는 일부러 기차표를 사서 역 안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새로 건립된 기념관은 개관식 직후부터 일반에 무료로 개방됐다. 기념관 건립 비용은 중국 하얼빈시와 철도국이 공공으로 부담했으며, 관리는 하얼빈시가 맡게 된다.

중국 하얼빈시와 철도국은 이날 오후 1시55분(현지시간)부터 5분간 개관식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쑨야오(孫堯) 헤이룽장성 부성장, 쑹시빈(宋希斌) 하얼빈시 시장 등 중국측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외교부는 "한중 양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안 의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의거현장에 설치된 것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이를 계기로 안 의사가 주창한 동양평화론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면서 올바른 역사의식에 기초해 진정한 평화협력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도 이날 오후 하얼빈역 역사에서 안중근의사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고 하얼빈 발로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 사적 전시실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 표식 등이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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