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 대책으로 정부와 울산시가 추진 중인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댐) 설치 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회는 16일 울산시(울주군)가 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해 신청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심의에서 보완을 요구하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김동욱 건축분과위원장은 “카이네틱댐 설치를 위해 2가지 사안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보류 결정을 했다”며 “카이네틱댐은 반구대 암각화 영구보존책이 나올 때까지 한시적 시설이어야 하므로 한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댐의 안전성과 시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전 검증 계획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정된 반구대 암각화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댐) 개념도.
김 위원장은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 반복으로 훼손이 계속돼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카이네틱댐이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것은 경관 훼손 등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침수가 안되도록 하라는 뜻이고, (침수 원인인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하라는 것”이라며 “다만 (수위 조절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이런 물막이 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 제출된 안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보완해 다시 심의 신청을 하면 건축분과만이 아니라 타 분과도 참여하는 합동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강경환 문화재보존국장은 “필요할 경우 문화재위는 합동위원회 심의를 할 수 있다”며 “암각화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고 명승을 추진 중이라서 세계유산분과, 천연기념물분과와 함께 동산분과 등이 합동으로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의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 문화재 관계자들은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카이네틱댐은 암각화 주변의 역사문화경관 훼손 등이 뻔해 대부분의 문화재 관계자들이 처음부터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정부는 임시보존책으로 예산낭비를 할 게 아니라 문화재위의 언급처럼 사연댐 수위 조절 등 근본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보완 후 다시 심의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카이네틱댐 제안자인 함인선 선진엔지니어링 대표는 “문화재위가 암각화와 비슷한 조건에서 실제 모형 실물 테스트를 실시해 안전성 등을 확보하자는 것인 만큼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시가 이번에 제출한 계획안은 당초와 달리 길이가 10m 늘어난 55m에다 폭은 16~20m, 높이 16m인 카이네틱댐을 이달 중 실시설계에 들어가 10월까지 설치를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사업비는 104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