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계의 올해 최대 화두는 문화재 보존·관리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숭례문의 부실한 복구공사를 둘러싼 경찰 수사,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점검, 문화재 보수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들이 주목된다.
▲ 숭례문 수사 확대
기둥 유전자 결과 곧 발표… 금강송 아닐 땐 사회 파장
▲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기관 협업 총 6752건 조사… 보수·정비 후속 조치 관심
▲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
정부, 물막이 건설 강행 입장… 반대 여론에 이슈 계속될 듯
지난해 숭례문 복구공사가 5년여 만에 완료돼 국민들의 큰 기대 속에 개방됐지만 단청이 벗겨지는 등 갖가지 부실공사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국내산 금강송 대신 상대적으로 값이 싼 러시아산을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르면 다음주에는 숭례문 기둥으로 사용한 나무와 강원 삼척의 금강송 간의 유전자와 나이테 비교 분석 결과가 나온다. 만약 양측의 시료가 일치하지 않고 경찰의 수사 결과도 벌채한 금강송이 빼돌려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문화재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숭례문 목공사를 이끈 신응수 대목장은 물론 관련자들, 나아가 숭례문 복구공사 관리감독을 책임진 문화재청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추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기관들이 협업으로 진행 중인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 결과도 큰 관심사다. 국무총리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문화재청, 지방자치단체들은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종합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초 시작된 종합점검은 재질의 특성상 취약성과 노후도·훼손 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건조물 문화재를 중심으로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1447건, 시·도지정문화재 중 5305건 등 모두 6752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종합점검은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의 경우 2월까지, 시·도지정문화재는 4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종합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 보수·정비 등 후속조치, 관련 법령의 제·개정 등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점검 초기부터 지나치게 짧은 점검기간 등 “종합점검 자체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실정이다.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에 대해선 감사원이 지난해 말부터 감사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감사 결과는 이르면 5월쯤 발표될 예정이다. 여기에 경찰은 문화재 전문가들의 문화재 복원 자격증 불법대여 여부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이끈 홍창원 단청장을 불러 조사한 경찰은 문화재 전문가와 관련 업체들이 문화재 복원 자격증을 불법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는 문화재계에서 전례 없이 보존이나 관리를 둘러싼 갖가지 폭탄급 사안들이 널려 있다”고 강조한다.
나선화 신임 문화재청장도 9일 취임 이후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 등을 언급하며 “(문화재청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나 청장은 “감사원 감사나 경찰 수사 등 사건의 원인을 밝혀주는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안도 계속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실 등 정부 차원에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댐)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 시민단체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나 청장은 카이네틱댐 건설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나 청장은 이날 “다른 좋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지금 그대로 간다는 생각이다. 또 제가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 청장은 “진행되다가 문제가 생기면 문화재청 안팎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말에는 전북 전주에 국립무형유산원이 개원한다. 무형유산의 보존 및 전승, 교류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무형유산에 관한 정책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지 관심거리다. 중요무형문화재 종목들이 아예 맥이 끊기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일부 종목의 기술 보유자들은 생계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선 장인들과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협업, 교류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현대사 격동기에 해외로 불법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도 주목 대상이다.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으로부터 조선시대 불화를 기증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재 환수는 법적·외교적 문제 등 현실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까지 들어가는 일이어서 빨리 많은 수의 문화재 환수를 원하는 일반 정서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올해에는 또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6월에, 풍물놀이(농악)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11월에 결정될 예정이다
경향신문 도재기 선임기자 aek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