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관행…숭례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

<앵커 멘트>

올해 문화계에서는 숭례문 부실 복원에 대한 끊없는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빨리 복원하겠다는 조급함이 또 다른 천년을 준비해야할 숭례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셈입니다.

숭례문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조태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5월 화마의 상처를 딛고 국민 곁으로 다시 돌아온 국보 1호 숭례문.

하지만, 불과 다섯 달만에 단청이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20여 곳이던 단청 훼손 부위는 한달 여만에 백 곳 넘게 늘었습니다.

기술이 끊어진 지 백 년 가까이 된 전통 방식을 되살려 단청을 칠하면서 안료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공사 기간에 맞추느라 안료와 아교에 대한 실험 기간이 2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미례(문화재 전문위원) : "사전 조사를 하면서 방향 설정을 했어야 하는데, 사전 조사가 부족했고. 안료의 수급문제라던가..."

숭례문 누각 기둥이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갈라진 것도 결국 건조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7년 정도는 건조해야 하는데 역시 공기에 맞추느라 건조 기간이 3년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문화재 복원은 빨리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마감을 정해놓고 공사를 하는 건 문화재 복원 원칙에 위배된다고 봅니다."

결국 '빨리 빨리' 관행이 숭례문에 또다른 생채기를 낸 것입니다.

문화재청은 뒤늦게 문화재 수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선조의 지혜를 숭례문은 다시 한번 후손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태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