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 전통 문화예술을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전해져 이미 유명한 곳.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 그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곳. 그 곳에선 한국 최고 명인들의 멋스러운 춤, 연주가 어우러지는 공연이 늘 열린다. 최고의 장인들이 온 몸을 바쳐 빚어낸 공예품이 선보이는 전시장도 항상 문을 열고 있다. 누구나 전통 공예와 예능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있고, 전통문화예술 관련 자료들이 눈밝은 이를 기다린다.

바로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서울 강남구 삼성동)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통문화의 보존, 전승을 위해 1997년 세워졌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예능·기능 보유자들이 입주해 자신의 작업을 하면서 전수교육을 진행하고, 더불어 공연과 전시,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강습도 연다.

박물관, 미술관이 유형문화유산의‘보물창고’라면, 전수회관은 생생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무형문화유산의 보물창고이자 그 산실이다.

오랜만에 찾은 전수회관은 여전하다. 1층 로비에서 먼저 만나는 공예품 전시·판매장에선 언제라도 눈이 호사를 누린다. 국내 최고의 솜씨를 자랑하는 중요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들이 만든 각종 공예품이 전통적 미감을 자랑한다. 수만 원에서 억 원 대에 이르는 목가구부터 달항아리 같은 도자기, 목판에 명언·명구를 새긴 각자, 예스런 맛이 가득한 함과 매듭, 활과 화살…. 그야말로 전통공예 명품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관람객과 교감을 나눈다.

시민·학생들의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층 교육관을 지나 3층의 기획전시실은 100여 평이 훌쩍 넘어 널찍하다. 수시로 중요무형 문화재와 관련된 기획전이 마련된다. 올해만 해도 한국 전통공예 건축학교 졸업작품전을 시작으로, 전수회관에 입주한 12개 공방들의 연합 작품전, 모시전, 제33회 전통공예명품전, 전통의 꿈-단청전 등이 열렸다. 11월부터 연말까지도 제10회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 미술공예학과 졸업작품전, 다양다색多樣多色-IMAGE KOREA전,‘장식의 세계-길금공예연구소 회원전’,‘전통과 현대의 공감’전 등이 예정돼 있다.

우리나라의 명인들이 무대에 서는‘민속극장 풍류’도 바로 이 전수회관 1층에 있다. 판소리와 굿, 탈춤, 민요, 가야금 등 주제가 있는 상설공연과 더불어 매주 금~일요일에 마련되는 흥겨운 공연은 꽤 인기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의‘3대 성악’인 판소리, 가곡, 범패를 득음 경지에 오른 명인과 전문 해설가가 꾸며 명품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10월에도‘탈을 벗은 탈놀이-강령탈춤’(18일),‘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봉산탈춤’(19일),‘발탈과 마당놀이’(25일) 무대에서 탈춤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11월부터는 기획공연 가곡(김영기, 김경배), 가야금 병창(안숙선, 강정숙), 서울 새남굿, 동지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 특히 풍류에선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놀이, 레크레이션을 활용한 국악·연희 체험 교육프로그램인‘국악 길라잡이’가 운영되고 있다. 점점 세상의 관심이 줄어드는 무형 문화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이들은 기능·예능 보유자들이다.

전수회관에는 그 보유자들이 공방을 꾸며 작업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전시도 한다. 현재 3~4층에는 기능분야 12개 공방이 마련돼 있다. 갓을 만드는 갓일공방(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장 정춘모)을 시작으로, 매듭·자수·침선 공방은 물론 활을 만드는 궁시공방, 쇠뿔을 얇게 깎고 손질해 그림과 문양을 새기는 화각과 각자 공방, 악기·조각·입사·소반 공방 등이다.

예능 부문에선 남사당놀이·판소리연구·북청사자놀음·봉산탈춤·선소리산타령·강령탈춤·서울새남굿 보존회와 대악회(학연화대합설무)가 자리하고 있다. 9층에 있는 4개의 예능연습실을 찾으면 북을 치고, 탈춤을 추며, 한 바탕 세상을 노니려는 예능 보유자들이 땀흘려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중요무형문화재와 관련된 도서, 시청각 자료 등을 챙겨보려면 지하 1층‘독서당(문화유산 자료실)’을 찾으면 된다.

글로벌화란 이름 아래 세계 문화가 획일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문화 다양성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문화의 시대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는 무관심 등 갖가지 이유로 인해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기 보다는 박제화되며 겉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과 공예작품, 온 가족이 참여하는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이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은 더 값지다.

글·사진. 도재기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 한국문화재보호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