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 대한 역사는 확실치 않지만 삼국시대부터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본다. 만드는 재료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부여되는데 한자로는 염簾이라 한다. 대나무를 이용해 제작된 대발은 죽렴이라 하는데 방 치장용, 가마용, 한지발 등이 있다. 싸리나무, 수수깡, 달풀줄기, 겨릅대(껍질을 벗긴 삼대) 등으로 만든 발은 만들기 쉽고 사용에 편리하여 농산물의 건조나 보관에 사용되었다. 하나의 발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재료가공부터 밭을 매는 끈을 달기까지 고도의 기예와 정성이 요구된다.

먼저, 대발 또는 죽렴의 제작은 수백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교하면서도 숙련된 장인의 솜씨에 따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 발은 생활공예품 가운데 가장 가까운데 두고 사용되는 일상용구로 왕실이나 사대부가의 품격에 맞도록 아름답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제작하려면 웬만한 수련공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주원료인 대나무는 3년 정도 묵은 분죽이나 왕대를 골라 마디가 적당한 중간부분 대를 원하는 크기에 맞추어 잘라 쓴다. 통대는 칼날을 수직으로 세워 표피를 깨끗하게 훑어내고 대칼로 반으로 자른다. 반으로 자른 대를 계속 반, 반씩 잘라 낸다. 단단한 겉대를 쓰기 위하여 속대를 계속 5~6회 반복하여 훑음질을 할 때 일정한 두께가 되도록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얇게 떼어낸 겉대는 다시 가늘게 쪼개어 20~30분간 물에 불린 다음 강철에 1mm 내외 크기의 구멍을 뚫은 조렴틀에서 2~3회 정도 반복해서 점점 가늘게 훑어 내면 비단처럼 가늘고 고운 대오리를 만들 수 있다.

발을 맬 끈은 명주실을 여러 겹으로 꼬아 발길이의 3배 정도를 고드랫돌에 감아 쓴다. 발줄의 간격은 촘촘한 것은 1.5cm 정도이며, 보통은 2cm 정도의 폭으로 발의 폭이 2m인 경우 100개의 고드랫돌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발의 크기인 높이 180cm, 폭 135cm 크기 한 장에 2,500~3,000개의 대오리가 들어가는데 이를 3번 정도의 조름질을 하면 1만 번이 필요하고 고드랫돌 70개를 2만 번 정도 움직여야 한다. 발 1장이 완성되기 까지는 3만 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도의 숙련된 기능이 요구된다.

발의 예술적 아름다움의 극치는 대마디를 이용하거나 발을 매는 명주실 끈으로 문채를 내면서 엮어 가는데 한 복판에 쌍희자(雙喜字, 囍)나 수복壽福글자를 넣기도 하고 만자卍字문양이나 아자亞字문양을 연속문으로 넣기도 한다. 문양은 검정이나 붉은 색채로 그리기도 한다. 문양의 형태는 화문석에 나타나는 간결하면서도 전통 문양과 흡사하여 혼돈을 부르기도 한다.

발이 여름 생활용품으로 사랑받았던 것은 첫째, 문에 걸어두면 햇빛이 차단되면서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발을 친 방안쪽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데 밖에서는 촘촘함 때문에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어 더운 날에 사생활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발을 중심으로 남녀 내외의 공간 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에서는 비단결 같이 곱고 아름다운 문양의 발이 사용되었으며 평민의 가정에서는 격이 좀 떨어지는 평범한 발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발의 기능을 방장이나 커튼, 선풍기와 에어컨이 대신하고 있다. 열린 공간이면서 사생활이 보호되며, 닫힌 듯하나 열려 있으며, 기능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여름에는 꼭 필요했던 것이 발이다. 그래서 아름다웠던 발, 그 발의 맥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윤열수 (가회 민화박물관 관장)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