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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니크 베뉴(unique venue·특색 있는 회의 및 연회 장소)' 확충을 위해 공공·민간 시설 71곳을 선정,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경복궁, 창덕궁 등 고궁을 비롯해 박물관, 공원, 대학, 민간시설을 국제회의와 행사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관광 서울'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시의 요청이 들어오면 내부 규정에 따라 허가한다는 방침이지만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시의 이번 방안이 고궁 등의 문화재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 분명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6일 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연회 장소에 대한 마이스(MICE·국제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 행사 주최 측의 지속적 요구에 따라 올 연말까지 2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유니크 베뉴를 확충하고, 활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마이스 행사 개최 시 유니크 베뉴의 선호도가 급증하는 추세로, 우리 문화 홍보와 이국적 분위기 제공 등 마이스 개최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시가 관리하는 운현궁·경희궁·삼청각·한강공원·서울역사박물관·상암월드컵경기장·서울숲·서울시청 신청사·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 19곳이 포함됐다. 또 시가 아닌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인 경복궁·창덕궁·국립중앙박물관·예술의전당·서울대·성균관대 등 13곳과 민간 운영 시설인 롯데월드·한국의 집·영빈관·이랜드크루즈·세빛둥둥섬·63컨벤션센터 등 39곳도 후보지가 됐다.

세계적인 유니크 베뉴로는 1880년대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래로 미국 대통령 12명의 취임 축하 무도회가 열려온 미국 국립건축박물관과 2009년 런던 주요 20개국(G20)회의 때 만찬과 영부인들을 위한 티타임을 진행한 영국총리관저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창덕궁에서 '한국 방문의 해 기념 한국관광의 밤' 행사가 개최됐고, 같은 해 G20회의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부인 만찬이, 올해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 환영 리셉션이 열렸지만 이들 행사 이후 논란이 일었다. 특히 창덕궁은 이 행사 이후 상품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문화재 훼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중단됐고, 다른 공공시설도 관리기관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는 문화재청과의 면밀한 협력을 통해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고궁 등의 적극 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민간시설들은 기존에 있는 '서울마이스얼라이언스'에 가입하도록 해 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 관광사업과 관계자는 "문화재청 훈령에 장소 개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며 "시에서 관리하는 시설의 경우 문화재 보호 조례와 하천법,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등에 맞춰 활용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단 서울시에서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판단하겠다. 회의 내용이 해당 궁의 역사를 왜곡하는 게 아니라면 내부 규정에 따라서 허가할 방침"이라면서도 "문화재 훼손이 안 돼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서울시의 방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숭례문도 관리하지 못해 (화재 참사로) 그 지경이 된 후 문화재청으로 넘긴 서울시는 4대 궁 활용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인 행사에 궁과 능 활용이 부쩍 늘었는데, 참가자들이 궁 안에서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등 부작용이 크다. 관리는 안 하고 활용만 하겠다는 건 인정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구철·박동미 기자

kckim@munhwa.com

출처:문화일보

경복궁·창덕궁 등 문화재서 국제회의·연회.. 71곳 선정·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