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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고덕 국제신도시에 있는 삼성전자 산업단지 조성 공사장에서 조선시대 '토루'가 발굴됐다. 토루 주변에서는 청동기, 철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주거지와 무덤 수백기도 함께 발굴됐다.

문화재청은 2011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고덕면 여염리·방축리 일원 삼성산단 부지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 3구역(23만6000㎡) 왼쪽 부지(35지점)에서 길이 133m, 너비 2.8~8.2m, 높이 0.3~1.8m의 토루가 발굴됐다고 27일 밝혔다.

조선시대 초·중기에 초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루는 흙을 다져 차곡차곡 쌓는 '판축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토루는 인근에 위치한 고덕 국제신도시 쪽으로 뻗어가는 형태로 돼 있다. 토루에서는 주거지 20여군데와 불을 땐 흔적이 있는 아궁이도 발굴됐다.

'길이 133m' 대형 토루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산업단지' 조성 공사장에서 조선시대 '토루'가 청동기시대 이후 주거지 등과 함께 발굴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평택향토사연구소 제공

토루 주변에서는 청동기 시대 주거기 11기와 통일신라 및 조선시대 주거지 등 410여기의 유구(옛날 토목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자취나 흔적)가 넓게 분포된 상태로 발굴됐다. 2구역(20만1000㎡)에서도 백제시대 저장수혈 6기와 청동기 말기부터 철기시대에 유행한 무덤 형식인 '토광묘' 수십기 등 고대 무덤이 나왔다.

학계 전문가들은 조선시대 토루로는 규모가 크고 발굴 사례가 매우 희소하며 토루 내의 단위 생활면도 명확하게 구획됐다고 설명했다. 상태도 양호해 토루의 역사성과 성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만큼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성복 평택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에 발굴된 토루는 문화재로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면서 "추가 발굴을 통해 토루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또 매장된 문화재가 얼마만큼 있는지 확인한 뒤 원형대로 보전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토루를 보존하고, 유구 등도 추가 발굴 조사를 한 뒤 추후 논의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이번주 중 내부 절차를 거쳐 계획을 최종 확정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원형대로 보존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발굴로 경기도와 평택시가 추진 중인 삼성산단 조성 사업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토루 등 문화재가 발굴된 3구역은 산업단지의 중요 시설물로 하루 340만t 처리가 가능한 폐수처리시설이 들어서는 부지다. 지난 7월 입찰 공고를 통해 시공업체까지 선정됐고, 12월 중 본공사가 예정됐지만 개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폐수처리장 부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가 발굴된 면적은 9만여㎡로, 폐수처리장 전체 부지 15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공업체인 대림산업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 볼때 설계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최종 결정은 사업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가 하겠지만 내부적으로 문화재가 발굴된 부지 일부를 폐수처리장 조성 부지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폐수처리장 부지를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외부와 분리하기 위해 흙으로 쌓아 만든 시설물이다. 토성과 형태나 규모가 유사하지만 통상적으로 군사용이면 토성, 주거지 방어나 곡식 보관용이면 토루로 불린다.

< 평택 |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

출처:경향신문

조선시대 희귀 '토루' 평택서 원형 상태 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