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서 드러나
16곳서 지표조사 안하고
14곳서 유물분포 확인 생략
전문가 입회도 안시켜
“문제없다”던 MB때 결과와 달라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5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전남 나주 송월동 부근의 영산강변에 대해 전문가가 입회 조사를 한 뒤에 공사를 시행하라고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옛 선박이 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지만, 공사 전 매장문화재 발굴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준설 공사를 대부분 마친 2010년 12월에야 전문가 입회 조사를 실시했다. 매장문화재 보호법을 어긴 것이다. 4대강 사업 지역에서 이렇게 전문가 참여 조사를 하지 않고 공사를 시행한 곳은 총 24개 공구, 72개 유물 산포지(780만㎡)에 이른다.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의 보호 조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진행한 4대강 사업 지역의 매장 문화재 조사 및 보호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국토부는 4대강 총 사업면적(2억9100만㎡)의 2%인 16개 공구(공사구간) 600만㎡에 대해 지표 조사를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이 공구들은 4대강 사업 중간에 추가된 지역이었다. 지표 조사는 문화재 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데,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는 지키지 않았다.
국토부는 또 유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 북한강 10공구 안의 일부 지역에 대해서도 유물 분포 확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런 지역이 14개 공구 255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청이 수중문화재 보호를 위해 준설 공사 때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를 하도록 통보했지만, 국토부는 공사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전문가 입회 조사를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2009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54개 공구(1억2000만㎡)에서 준설 공사를 하면서 전문가 입회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장관과 문화재청장에게 주의를 주고, 이런 불법 행위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 정도에 따라 고발 등 적정한 조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월 감사원이 내놓은 ‘1차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와 달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문화재 조사 대상 총 167건 중 148건을 완료하는 등 절차 이행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와 이번 조사의 결과가 크게 다른 이유에 대해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4대강 사업이 종료함에 따라 준공 도면이 확정되고 지표 조사·보존 대책이 완료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사업계획이 추가되는 과정 등에서 생긴 일부 구간의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교체된 것이 감사 내용이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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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96개' 면적 문화재 묻힌 곳, 4대강 공사로 사라져
부실 조사, 거짓 보고 등으로 유실된 유물산포지가 여의도 2배
나주 송월동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강 주변에 고선박, 옛 나루터 등이 매장돼 있다. 문화재 지표 조사 관련 기관은 이 곳에 대한 시굴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문화재청은 4대강 사업(영산강) 지역인 이 곳은 전문가 입회하에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이를 무시하고 인근 지역을 무차별로 준설했다. 결국 '원형'이 훼손된 채 공사가 다 끝난 후에야 입회 조사가 실시됐다.
한강 살리기 5공구 여주 1지구 유물산포지. 이 곳에서도 문화재 지표 조사 관련 기관은 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 측은 당초 이 지역에 대해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문화재청에 보고했지만, 결국 아스콘(일명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자전거 도로를 덮어버렸다. 공사 전 협의시 거짓 공사 계획을 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 2개, 독도 96개에 달하는 면적의 문화재 산포지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채 파헤쳐지거나 콘크리트로 뒤덮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 매장 문화재 조사 및 보호 실태'와 관련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국회가 지난 3월 25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을 대상으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부실 조사, 거짓 보고 등으로 유실된 유물산포지가 무려…
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5개 공구의 63개 유물산포지에 대해 매장문화재분포지에 대한 공사 구간이 중첩되는지 여부와 관련한 심의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즉 공사 구간에 유물산포지가 중첩돼 있었는데도, 이를 문화재청 등에 통보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시킨 것이다. 이렇게 유실된 유물산포지 면적만 152만 9229제곱미터(m²). 이 곳은 파헤쳐지거나 자전거도로 등으로 덮혔다.
또 국토부가 매장문화재분포지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공사 내용을 제출한 곳은 총 22개 공구의 49개 유물산포지로, 574만 8366제곱미터의 면적이다. 이같은 유물산포지는 대부분 '존치' 시킨다는 계획을 내놓고, 실제로는 굴착, 성토, 절토해서 생태공원, 생태습지 등을 조성해버렸다.
문화재보존대책을 이행하지 않은채 공사를 시행한 곳은 총 14개 공구 29개 유물산포지로 확인됐다. 무려 255만 5198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부분 유물분포확인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또 매장문화재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사에 대해서는 문화재 관련 기관 등의 입회하에 공사를 진해해야 하는데, 입회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곳이 24개 공구 72개 유물산포지에 달했다. 무려 780만 4863제곱미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같은 부실 조사, 거짓 보고 등으로 유실된 유물산포지는 총 1733만 7656제곱미터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850만 제곱미터)의 두배에 해당하고, 독도 면적(18만 제곱미터)의 96배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 "지표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4대강 사업 공구를 확인 점검해 위반 정도에 따라 고발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문화재 조사와 관련한 무더기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강 살리기 5공구 여주 1지구 유물산포지. 이 곳에서도 문화재 지표 조사 관련 기관은 시굴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 측은 당초 이 지역에 대해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문화재청에 보고했지만, 결국 아스콘(일명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자전거 도로를 덮어버렸다. 공사 전 협의시 거짓 공사 계획을 낸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 사업으로 여의도 2개, 독도 96개에 달하는 면적의 문화재 산포지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채 파헤쳐지거나 콘크리트로 뒤덮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 매장 문화재 조사 및 보호 실태'와 관련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국회가 지난 3월 25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을 대상으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부실 조사, 거짓 보고 등으로 유실된 유물산포지가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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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
또 국토부가 매장문화재분포지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공사 내용을 제출한 곳은 총 22개 공구의 49개 유물산포지로, 574만 8366제곱미터의 면적이다. 이같은 유물산포지는 대부분 '존치' 시킨다는 계획을 내놓고, 실제로는 굴착, 성토, 절토해서 생태공원, 생태습지 등을 조성해버렸다.
문화재보존대책을 이행하지 않은채 공사를 시행한 곳은 총 14개 공구 29개 유물산포지로 확인됐다. 무려 255만 5198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부분 유물분포확인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또 매장문화재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사에 대해서는 문화재 관련 기관 등의 입회하에 공사를 진해해야 하는데, 입회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곳이 24개 공구 72개 유물산포지에 달했다. 무려 780만 4863제곱미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같은 부실 조사, 거짓 보고 등으로 유실된 유물산포지는 총 1733만 7656제곱미터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850만 제곱미터)의 두배에 해당하고, 독도 면적(18만 제곱미터)의 96배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 "지표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4대강 사업 공구를 확인 점검해 위반 정도에 따라 고발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문화재 조사와 관련한 무더기 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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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4대강 주변 문화재 실태 전면 재조사해야-경향신문
감사원이 어제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의 요구로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매장문화재 조사 및 보호 실태’ 감사다. 2011년 1월27일 1차 감사에서 별 문제가 없다던 4대강 사업이 2차 감사에서는 ‘설계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 3차 감사에서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 등으로 뒤집히더니 이번 문화재 보호 부분까지도 문제투성이임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사업 구간 일부에 대해 지표조사를 누락했고, 문화재 보존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으며, 해야 할 발굴조사나 전문가 입회 등도 생략했다는 것이다. ‘고무줄 감사’ ‘오락가락 감사’ ‘정치 감사’라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의 문제가 정부기관에 의해 뒤늦게나마 하나씩 밝혀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예상하고 우려했던 바이지만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4대강 사업은 ‘반문화적 사업’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사업시행자인 국토해양부는 공사 일정 촉박을 이유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문화재 보호기관인 문화재청은 시늉만 하고 넘어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4대강 사업 구역의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는 알 수조차 없다. 4대강 주변 국가 또는 시·도 지정 문화재의 훼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 붕괴된 공주 공산성과 여주 영릉, 안동 하회마을 등의 상황이 그렇다. 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답답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4대강 사업의 문제가 감사원 감사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조사·평가를 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비리는 이미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가 있고 민간검증단은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가 이렇게 이상한 태도를 보이니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이 되레 큰소리를 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예상하고 우려했던 바이지만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4대강 사업은 ‘반문화적 사업’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사업시행자인 국토해양부는 공사 일정 촉박을 이유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문화재 보호기관인 문화재청은 시늉만 하고 넘어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4대강 사업 구역의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는 알 수조차 없다. 4대강 주변 국가 또는 시·도 지정 문화재의 훼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 붕괴된 공주 공산성과 여주 영릉, 안동 하회마을 등의 상황이 그렇다. 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답답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4대강 사업의 문제가 감사원 감사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조사·평가를 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4대강 비리는 이미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가 있고 민간검증단은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정부가 이렇게 이상한 태도를 보이니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이 되레 큰소리를 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국토부에는 앞으로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문화재청에는 규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공구를 확인 점검하여 위반의 정도에 따라 고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국고 낭비뿐 아니라 막대한 후유증까지 남긴 4대강 사업 관련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당장 시급한 4대강 주변 주요 문화재에 대한 영향 조사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