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영산성지에 건립 중인 국제마음훈련원(왼쪽 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달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 공동협력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원불교 홈페이지, 천지일보 DB)

전주종교관광활성화사업·팔공산불교테마공원사업 결국 중단
전문가 “종교사업에 정부 예산 투입하기 때문에 논란된다”
“문화재 관리·보존은 지원 가능… 포교·시설마련, 자체 해결해야”

종교관련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정부 또는 지자체와 종교계 사이에 불거지는 ‘종교편향’ 논란.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거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되는 양상이다. 종교편향 논란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본지가 지난 449호에서 다룬 ‘조계사 일대 역사문화지구조성사업’은 서울시와 불교계가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개신교계의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에 엄포를 놓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또 본지 450호 <종교간 싸움에 불똥 튄 지자체 “사업 안 할래” > 기사를 통해 본 바 전주시의 ‘종교관광 활성화 계획’은 불교계가 반발해 사업이 중단됐다. 개신교‧천주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과 불교 및 타 종단 관련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논란의 이유다. 결국 전주시는 “이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종교편향 논란으로 지자체 사업이 좌초된 사례는 지난 2010년에도 발생했다. 대구시가 팔공산불교테마공원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개신교 측의 심한 반발과 사업예산 미확보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시 대구지역 개신교계는 1500개 교회와 40만 신도를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시를 거세게 압박했다.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건은 현재 표류 중이다. 원불교가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사업안은 지난 2011년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개신교계의 극심한 반발로 시의회에 상정된 예산안이 부결돼 사업진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예산’ 안 뺏기기 진흙탕 싸움

쟁점의 중심엔 정부의 ‘예산’ 지원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많든 적든 정부 혹은 지자체 예산이 종교사업에 투입된다 하면 소위 ‘물고 뜯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견지동 조계사 일대에 추진되는 역사문화지구조성사업과 관련해서는 개신교계가 “3500억 원의 혈세가 불교 사업에 투입된다”고 핏대를 세웠으며, 전주시 종교관광 활성화 사업에서는 불교계가 “천주교와 개신교에 각각 380억 원, 125억 원을 들여 성지화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건도 정부와 지자체 예산 지원액이 321억 원이라는 점을 들어 개신교계가 분노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중앙정부의 종교예산 지원 현황을 놓고 논란이 됐다.

개신교계가 정부의 불교 템플스테이 예산지원 증액에 대해 ‘종교편향’을 주장하자 화엄광장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 등이 2010~2012년까지 종교예산 지원 내역을 분석한 ‘정부 종교지원예산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것. 불교계는 정부 예산 편성의 객관적인 통계를 분석해 공개하면 개신교계의 주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정부가 종교계 사업과 관련해 쏟아 붓는 예산이 적잖다.

2010년과 2011년 정부 예산 종교별 지원 총액은 불교가 각각 827억 원, 931억 원이었다. 개신교는 1183억 원과 136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2년에는 불교가 1270억 원, 개신교가 1149억 원을 기록했다. 불교계는 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으며 특히 문화재청 전체 예산 중 93.3%를 차지했다.

종립학교 수가 많은 개신교계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사학 관련 예산 지원을 다른 종교(약 10억 원)보다 60배가 넘는 액수를 지원 받고 있었다.

◆정부 예산 지원 내역 해명에 ‘진땀’

이렇듯 각 종교계가 타 종교에 대한 예산지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해당 사업 종교계와 정부‧지자체 등은 예산 내역에 대한 해명으로 종종 진땀을 뺀다.

견지동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사업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의 10.27보상기금(약 1500억 원)과 조계종 자체 부담금(500억 원)이 있고, 시가 지원할 금액은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적인 색채를 띤 건축물이 아닌 공공주차장 등 공공 시설 부문에 투자할 것이라며 종교편향 의혹을 부인했다.

총 428억 원이 소요되는 국제마음훈련원사업도 2012년 논란이 된 당시 원불교 관계자는 “일부 개신교인들이 원불교가 토지만 제공한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107억 원의 건설비(자부담)가 들어간다. 토지구입은 따로 현금으로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부는 사업타당성 조사 등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사업을 진행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마음훈련원 건립과 관련해 “어느 사업이나 찬반은 있게 마련이다. 일부 개인의 의견 피력으로 사업 추진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교사업, 해당 종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정부의 종교사업 예산 지원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주문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종교편향’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문제”라며 “종교인과 비종교인인 국민으로 구분해서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종교계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정부의 종교사업 지원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또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문화재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존‧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쳐주고 지원해줄 수 있다”면서도 “종교 포교 활동과 시설 마련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각 종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도 정부의 예산이 종교 사업에 지원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원칙적으로 종교사업에는 정부의 예산이 투입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예외사항을 뒀다. 종교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국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재나 관광자원 활용으로 해당사업이 필요할 때는 사업과 맞물리는 공공도로나 주차장 등 시설물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교 간 갈등을 유발하는 ‘종교편향’ 논란을 막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만약 다른 종단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면, 공청회 등을 통해 타 종교인들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