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26 03:01

지난해 8월 28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쓰러진 충북 괴산 삼송리 소나무(일명 왕소나무·천연기념물 290호)가 1년 동안의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사망' 판정을 받은 가운데 충북 산림환경연구소가 이 왕소나무의 후계목을 그동안 길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괴산군에 따르면 왕소나무는 사실상 고사한 상태다. 태풍에 쓰러진 후 누운 모양의 와송(臥松)으로 재기를 꿈꿨으나 잎 대부분이 말라 떨어지고 뿌리도 거의 죽었다. 괴산군 김영근 학예연구사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조만간 문화재 자문 회의를 거쳐 최종 고사 판정을 받는 절차적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는 왕소나무가 천재지변으로 고사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2004년부터 후계목을 길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속리산 정이품송 보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보호와 유전 자원 보호 차원에서 접목 방식으로 왕소나무 후계목 10그루를 길렀으며, 이 가운데 단 한 그루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현재 높이 3.5m인 왕소나무 후계목은 충북 청원군 미원면 미동산수목원 뒤편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다. 수형(樹形)도 반듯해 왕소나무의 웅장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소 한주환 시험연구팀장은 "접목으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종자 개념의 자목(子木)이 아니라 후계목으로 봐야 한다"며 "제대로 성장할 경우 먼 훗날 왕소나무를 대체하는 귀중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환경연구소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9년생 후계목을 수년 후 왕소나무가 있던 자리에 옮겨 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600살 고령인 괴산 왕소나무는 높이 12.5m, 둘레 4.7m에 줄기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용송(龍松)'으로도 불러왔다. 문화재청과 괴산군은 태풍으로 쓰러진 왕소나무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기 위해 줄기를 부직포 붕대로 감고 철제 보호 시설과 차광막을 설치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여러 회생 방안을 동원했지만 결국 수세(樹勢) 회복에 실패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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