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하지 않는 “죽부인”

 - 대물림 하지 않는 죽부인 -

  전세계적으로 대나무는 12속 50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해장죽속, 왕대속, 이대속, 조릿대속 등의 4속 14종류가 있다. 대나무는 단자엽식물이므로 나이테가 없고 비대생장을 하지 않는다. 대(竹)는 예로부터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로 일컬어져왔고,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선비의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대쪽같은 사람 이라는 말은 불의나 부정과는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윤선도의<오우가>에 나오는 나모도 아닌거시 풀도 아니거시/곳기 뉘시기며 속은 어니뷔연다/뎌러코 사시에 프르니 그를 됴하 노라 라는 시조는 이러한 대의 성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비정신에서 우러나온 공예품 가운데 죽부인(竹夫人)을 들 수 있다.
  죽부인은 대나무로 만든 피서용의 취침구로, 잘 마른 황죽을 참숯에 지지면서 엮어 만든 것이다. 길이는 대략 넉자 반, 지름은 한 아름 정도이다. 구멍이 나도록 성글게 짜서 원통형이 되게 하고, 마구리는 잘 접어서 궁글리어 모나지 않게 한다. 말끔하게 손질하여 잔털이 돋거나 가시가 서지 않게 한다. 숯불에 지져 무늬를 내는 외에는 특별한 가공을 하지 않는데, 이는 무더운 여름철 땀에 씻기거나 색이 묻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죽부인을 짤 때는 또한 끈이나 못을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죽부인을 가슴에 품었을 때 걸리적 거리거나 찔리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무더운 여름철 사랑방에서 기거하는 선비가 죽부인을 삼베홑이불을 덮어 씌워 가슴에 품고 한쪽 다리를 죽부인에 걸치면 허전함을 덜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죽부인 사이로 솔솔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에 저절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품에 안고 애용하던 죽부인을 아들이 절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윤리였고, 또한 관행이었다.

  죽부인과 관련된 대표적인 문학작품으로는 고려말 이곡(李穀)의 가전체 소설<죽부인전>이 있는데, 이곡은 당시 고려의 국운이 기울어져 궁궐이나 여염의 기강이 풀리고, 남녀관계가 극히 문란해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대(竹)를 의인화 한<죽부인전>을 내어놓았던 것이다. 이는 고려말의 타락한 사회에 절부(節婦)가 드물어 가는 것을 한탄하여, 죽부인의 선계와 공덕을 찬양하고, 지조와 성품을 강조하여 죽부인을 당시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부각시킨 저자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