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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淨 백사실 계곡(서울 종로구 부암동) 망치는 무분별 피서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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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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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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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淨 백사실 계곡(서울 종로구 부암동) 망치는 무분별 피서객
도롱뇽 사는 생태보전지역서 태연히 음식 먹으며 물놀이
'들어가지 마시오' 간판 무색…
200만원 이하 과태료 있지만 시청·구청 사실상 단속 못해
"계곡물이 이렇게 시원한데 발도 담그지 말라고? 에이, 말도 안 돼."
19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 계곡. 우거진 숲 속으로 도심 속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은 물이 흘렀다. 계곡 가엔 물놀이하러 나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돗자리를 깐 중년 여성 일행은 산모기를 쫓기 위해 모기향까지 피웠다. 평일인데도 계곡 50m 구간에만 10여명이 넘는 피서객이 북적였다. 대부분의 피서객은 산 아래 가게에서 사온 포장 음식이나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꺼내 나눠 먹었고, 맥주 캔을 따는 무리도 보였다. 주말엔 계곡물을 막아 임시 웅덩이를 만들어 수영을 하고, 수박·맥주 같은 먹을거리를 계곡물에 넣어두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백사실 계곡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것은 물론, 물에 발을 담그는 행위 모두 불법이다. 백사실 계곡은 서울 사대문 안의 유일한 도롱뇽 서식지이다. 서울시는 시 보호종인 도롱뇽, 무당개구리 등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는 이 계곡을 지난 2009년 11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백사실 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관계자는 "서울시 자연환경보전조례에 따라 계곡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것은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말했다.
돗자리를 깔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일행 바로 앞엔 '들어가지 마십시오. 도롱뇽, 개구리의 서식처입니다', '남(도롱뇽)의 집에 와서 방해하지 맙시다'란 문구가 새겨진 나무 팻말이 박혀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한 여성은 "며칠 전 '도심 속 피서지'로 소개된 TV 프로그램을 보고 어렵게 찾아왔는데 아이들과 발도 담글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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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 계곡엔 ‘들어가지 마십시오’란 팻말이 설치돼 있었지만, 피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곡물 속으로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도롱뇽·산개구리·무당개구리 등 희귀 양서류가 서식하는 백사실 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이정원 기자
백사실 계곡은 TV 프로그램에서 잇달아 '도심 속 피서지'로 소개되면서 몰려드는 '피서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가 바위틈과 계곡 주변엔 알루미늄 캔, 깨진 병 조각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인근 빌라 주민 박모(67)씨는 "주말만 되면 몰려드는 차들 때문에 동네가 난리가 나고, 술 취해 벌건 얼굴로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고통받고 있다. 2010년 9월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에게 '개(구리)·도(롱뇽)·맹(꽁이)과 함께 사진 찍기' 임무를 줬고, 출연자가 계곡물에 들어가 잡은 무당개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백사실 계곡에서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행위는 물론 단속 대상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종로구는 몰려드는 피서객의 계곡 출입을 사실상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자연생태과 관계자는 "도롱뇽의 산란기도 아닌 여름철에 휴식을 위해 계곡을 찾는 시민이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곳을 관리해야 할 종로구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백사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피서객을 제한해야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피서객을 계도하고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현재의 관리 인원으론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 손민우 활동가는 "시민 스스로 이곳을 피서지로 여기기보다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도심 속 작은 생태 공간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정원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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