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낙동강물 공급 논리 '자기모순'에 빠지나

 

울산시가 낙동강 물 유입을 두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가뭄 해결’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울산시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뭄해결을 위해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울산지역은 올해 마른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예년보다 강우량이 56%에 불과해 사연·대곡댐 저수량이 현재 26%로 작년 동월 대비 42%로 크게 떨어졌다”며 “용수 수요관리를 위해 낙동강 원수를 공급받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12일 수자원공사 울산권관리단 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원수공급대책 실무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낙동강 원수의 수질과 관련해 이어지는 설명이었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공급받는 낙동강 원수는 회야댐이 아닌 대암댐을 통해 천상정수사업소로 공급받게 되며 공급량은 천상정수사업소 고도정수처리 용량에 맞춰 1일 6만톤을 공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낙동강 수질은 남강댐에서 1일 600만톤씩 낙동강 하류 유지수로 방류해 양호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공급받는 낙동강 원수는 전량 고도정수 처리 과정을 거쳐 공급하기 때문에 수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그동안 낙동강물의 수질이 낮아 추가 공급은 불가하다는 기존 울산시의 입장과 다소 배치된다.

울산시는 앞서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논쟁과 결부된 물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었다.

당시 울산시가 문화재청의 ‘댐수위 조절안’을 거부한 데는 낙동강 원수의 낮은 수질과 사연댐 청정수원 보호가 핵심이었다.

울산시의 주장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지역내 하루에 33만톤 정도의 (생활용수)물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15만톤은 논쟁의 중심에 선 사연댐에서, 12만톤은 회야댐에서 끌어와 소비하고, 나머지 6만톤 정도는 회야댐을 통해 공급된 낙동강 물을 먹고 있다.

울산시는 만약 문화재청의 댐수위 조절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연댐 수위는 기존 60m에서 52m로 낮아져 하루 약 3만톤의 상수 원수가 줄어들어 식수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부분은 수질이 낮은 낙동강물을 끌어 쓸 수밖에 없다며 '댐수위 조절안'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지난 4월11일 문화재청 암각화보존TF팀이 울산 암각화 현장에 내려왔을 때도 박맹우 울산시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으로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지역 유일의 ‘청정수원’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울산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급받는 낙동강 원수는 전량 고도정수 처리 과정을 거쳐 공급하기 때문에 수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결국 울산시가 스스로 ‘청정수원' 여부를 떠나 낙동강물을 추가로 공급받더라도 고도정수 처리를 할 경우 먹는 물 수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이번에 공급되는 낙동강 물이 기존의 회야댐이 아니라 대암댐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었을 때 발생하는 하루 3만톤의 부족한 물을 대신 공급할 수 있는 유력한 대체댐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울산시는 회야댐으로 매년 하루 평균 6만톤의 낙동강 물이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만 밝혀왔을 뿐 공업용으로 공급되는 낙동강 물을 저수하는 대암댐 물이 식수용으로 천상정수장에 유입되고 있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었다.

그 이유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2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대암댐에 유입되는 낙동강 물은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업용수'인 대암댐 물을 공급받아 식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외에 알려졌을 경우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반대하고 있는 울산시의 명분이 궁색해진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사연댐의 수위를 조절할 경우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높고, 수질이 떨어지는 낙동강 물을 추가로 먹어야 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공업용수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대암댐 물의 식수 전용이 가능하다면 사연댐 수위 조절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곧 바로 대체할 수 있게된다.

특히 지난 5월 뉴스1과 통화한 울산시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대암댐이 원래 식수와 공업용수 겸용댐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던지 식수로 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낙동강 물이 식수로 공급되는 회야댐이나 공업용수로 공급되는 대암댐이나 모두 낙동강 상류의 원동취수장에서 공급되고 고도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대암댐 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무원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울산시가 낙동강 물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이 지역의 식수 공급 시스템과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울산시의 현재 식수 공급 시스템은 지역내 물(식수)이 부족해지면 결국 낙동강물을 추가로 공급받는 것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다"며 "이 때문에 이번 처럼 가뭄이 원인이던 수요량 증가가 원인이던 식수가 부족해지면 울산시가 오히려 낙동강 물 추가 공급을 요구할 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앞서 천상정수장 관계자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정수기물 수준으로 깨끗해진다. 원수가 1급수든 낙동강물처럼 2,3급수든 마찬가지”라며 “고도 정수 처리한 울산의 생활용수 수질은 전국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13일 오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연댐 물이 부족해서 낙동강 물을 받는 것 뿐”이라며 논점을 회피했다.

울산지역 문화재계 관계자는 “울산시는 그동안 반구대 보존을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고 부족한 하루 3만톤의 물은 대암댐을 통해 낙동강 물을 추가로 공급해 천상정수장에서 고도정수 처리를 하면 된다는 주장은 수질이 떨어지는 낙동강 물을 추가로 먹을 수 없다는 논리로 계속 반대했다"

"막상 가뭄으로 사연댐 물이 부족해지자 기존 주장과는 상반되게 대암댐을 통해 낙동강물을 하루 6만톤이나 공급받으면서 고도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수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자기 모순적 태도다"고 지적했다.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lucas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