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의 음반제작(1920~1945년)

우리나라에 처음 음반이 도입된 것은 1920년대였다. 당시 권번 기생들이나 국악을 하는 여성들이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가서 축음기(유성기) 음반을 취입했는데 주류가 국악이었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일반 대중에게 쉽게 이해되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음악이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손목인, 김해송 등이 일본에서 대중음악 작곡법을 공부하고 돌아와 대중가수를 발굴하게 된다. 남인수, 이난영, 장세정, 김정구, 고복수, 이화자, 이은파 등이 주류였는데 나라 없는 설움에 힘겨웠던 우리 민중에게 쉽게 공감되고 쉽게 따라 부를수있는 대중음악이 그 자리를 독차지하게 된다. 194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우리 대중음악인들에게 그들의 침략을 미화 하거나 정당화시키는 가요를 작곡하거나 이를 부르게 하여 대중음악의 암흑기를 도래하게 만들었다.

국내초창기 음반제작(1945~1955년)

1945년 해방 이후 국내에 남아 있는 대중음악의 시설은 전무했다. 일본의 자본이 물러간 후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음반 사업은 일본이 남기고간일본 축음기 음반에 재생의 덧씌우기를한 음반을 이름도 없는 군소업체가 제작하는 것이었다. 대중음악인들은 음반을 제작하기보다는 전국을 순회하는 악극단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1950년 휴전 직후 미국의 원조물자와 경제지원으로 대중음악계는 비로소 기지개를 켜게 된다. 1950년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제작된 우리나라 순수자본의 축음기음반제작이 우리나라 초기 대중음악사에 많은 기여를 했다. 미도파, 신신, 신세기, 오아시스, 킹스타, 유니버셜레코드에서는 손목인, 박시춘, 나화랑, 김부해, 김교성 등 작곡가들의 곡을 장세정, 금사향, 백설희, 남인수, 명국환, 진방남, 황정자, 현인, 손인호, 이인권 등의 취입곡에 힘입어 우수한 품질의 음반을 제작발매하게 되면서 많은 대중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국내최초 LP음반 제작(1955~1962년)

우리나라에 LP음반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50년대 중반쯤인데 이전의 축음기 음반은 양면에 1곡씩 단 2곡만 녹음 수록 할 수 있었고, 재질이 약해서 보관이나 취급이 힘들었다. 미8군의 영향으로 1950년대 초반부터 선보인 미국10인치 레코드LP음반은 프라스틱으로 만들어 단단할 뿐만 아니라 한 면에 다섯 곡씩 양쪽에 10곡을 녹음 할수 있으니 가히 혁명적이었다. 비록미8군에서 흘러나오는 미국 팝송 음반을 재생해 다시 제작하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도미도, 미도파, 오스카, 신성, 오아시스, 신세기, 오메가, 아세아레코드 등에서 많은 10인치 LP음반을 제작하게 된다. 그 당시 활발하게 음반을 취입한 가수는 남인수, 백설희, 진방남, 한명숙, 최숙자, 현인, 박재란, 손인호, 명국환 등을 꼽을 수 있다.

LP음반의 전성기(1963~1992년)

1960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인 LP레코드음반 시대가 시작된다. 19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돌풍에 힘입어 지구레코드는 일찌감치 음반제작 재벌로 등극했다. 1960~70년대 음반 제작은 지구와 오아시스레코드의 라이벌 구도였다. 지구레코드를 대표하는 남진과 오아시스를 대표하는 나훈아의 등장은 국내최초‘오빠부대’를 등장시켰다. 국민 소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민중의 대중음악에 대한 열망은 1960~70년대 트로트를 그 기반으로 1970년대 락음악과 포크음악의 폭넓은 대중화에 기여했다. 한국음악의 열풍이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금, 우리 선조의 대중음악에 대한 열망이 이룬 토대가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사진. 민영철 (한국근대생활문화사박물관 대표)

출처:문화재청